1초의 행복

비 오는 날의 서프라이즈

by 여미

이번 주 내내 비가 왔습니다. 비를 좋아하는 제게는, 행복한 하루였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빗소리가 들리면, 괜히 마음이 좋아요. 온 세상이 흐릿한 빛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도 좋고, 우산을 쓰고 출근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 물을 밟은 소리, 그리고 우산과 우산끼리 스치는 소리가 공허한 공기를 채워주고 선선한 바람에 기분 좋은 울림까지 들리곤 합니다. 축축해진 흙에서 나는 풀잎 냄새도 좋고, 가끔씩 나무가 흔들릴 때마다 수두룩 떨어지는 물방울의 무게도 느껴지곤 합니다. 나는 비가 왜 이리 좋을까요?


짠!


또, 기분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 역에 내려서 앱으로 커피를 주문했어요. 제가 자주 가는 커피숍에는 저처럼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미리 주문해서 받아가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미리 주문한 커피를 받으려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픽업대에 손님들이 주문한 커피가 일렬로 놓여 있어서 본인의 것을 확인하고 빨대를 챙기느라 조금 좁고 복잡한 감이 있었습니다. 커피를 받은 뒤 빨대를 가져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제 옆에서 빨대를 챙기고 계셨던 아저씨 한 분이 멈칫하더니 제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듯이 "짠!" 이러시면서 그 빨대를 거네는 거예요. "헛, 감사합니다"라는 사이에 본인의 빨대를 챙기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료한테로 가셨습니다.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사소한 양보이지만, 그 사소한 배려 하나로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엄청난 친절을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쁘고 복잡한 아침 시간에,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1초의 행복과 미덕을 배웠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스스로 내가 다른 사람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인가, 누군가에게 사소한 친절을 베풀었던 적이 있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도리어 그날 아침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큰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그분의 친절을 받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기분이 들었어요. 사소한 것들로 쉽게 화가 오르고 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남에게는 민감할까요? 나 스스로 누군가를 위해 따뜻하게 대해준 적도 없으면서 말이죠.


비가 내리고, 우산을 들고 커피를 마시며 회사로 향하는 그 몇 분 사이에 좋아하는 음악을 잠깐 들었습니다.

역시 모든 것은 행운이며, 행복입니다.


글 여미

커버 사진 여미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yeoulhan@nate.com


여러분의 행운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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