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비가 올 때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글을 하도 안쓰니까, 비라도 오는 날에는 꼭 쓰려고 해요. 오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밖에 비가 오고 있어서에요.
사실 할 말이 없는데 말을 하려니 더 할 말이 없는 것처럼, 요즘 도통 쓰고 싶은 글이 없었어요. 나의 심경에 변화가 오면 늘 벌떡 일어나서 글을 쓰곤 했어요. 그때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기도 했었고, 누군가를 지독하게 그리워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재료들이 많았어요. 굳이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아도, 내 기분을 설명하기만 되는 거니까요. 나는 소설을 쓰지 못해요. 남의 이야기를 쓰려면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데, 내 머리는 육각형인가 봐요. 굴러가다 멈추고, 또 굴러다가 멈춰요. 내가 소설을 쓴다고 우기더라도 결국 그건 내 이야기일 거예요. 그런데 지금의 난 할 말이 없어요. 내 이야기가 없다는 증거예요.
요즘의 나는 모르겠어요.
어느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사랑 비슷한 걸 가끔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그것은 반대로 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거죠. 대부분은 일상이 똑같아요. 사랑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사랑을 받는 내 모습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이 들어요. 사랑은 혼자서는 못하는 거잖아요. 혼자 하는 사랑은 하기 싫어요. 지금 나에게 그런 대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없는 것 같죠. 그러다가 빗소리가 들리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출근을 해요. 그렇게 하루가 끝나고 일주일이 끝나요. 한 달이 지나가고 계절이 지나가요.
그 사람도 내 생각을 할까요.
오늘은 하루 종일 집을 청소하고, 저녁에는 운동을 갔어요. 이번 주 내내 비가 왔기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어요. 집 앞 공원을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또 그 사람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사람이에요. 내가 헷갈려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나를 헷갈려할까요. 내가 비가 올 때 글을 쓰기로 한 것처럼, 그 사람이 비가 오는 날에는 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에게는 요즘 매일 비가 오고 있을 거예요. 비 구름이 늘 따라다니고 있을 거예요. 긴 장마 일거예요.
나만 서성이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도 내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을래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생각이 많아지면 계속 같은 곳을 돌게 되잖아요.
그렇게 서성이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만날 거라 믿어요.
아직도 창밖에는 비가 오고 있어요.
나는 그래서 오늘 글을 썼는데,
당신은 내 생각을 하나요?
글 여미
커버 사진 여미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yeoulhan@nate.com
요즘 비와 관련된 이야기만 계속하게 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