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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Dec 18. 2017

우리 원래 하나였잖아

영화 '강철비' 리뷰

정우성, 곽도원

사실 끌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끌렸다)

부드럽고 강인한 이미지의 정우성과 겉으론 투덜대면서도 뒤에서 챙겨줄 것 같은 츤데레 이미지의 곽도원이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까? 생각지도 못한 조합의 투톱이라 긴가민가 했는데, 예고편을 보니 굉장히 진지한 상황 속에서 GD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아, 뭔진 정확히 모르겠는데 이거 봐야겠다 싶었다.


영화 '강철비'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남한으로 도망 온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한을 보호하는 요원 곽철우(곽도원)가 적군도 아군도 아닌 애매한 관계로 만나게 되면서, 결국에는 인간적으로 서로를 도와주며 응원하는 이야기이다. 이 둘의 따뜻한 소통을 그리면서도 궁극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남북이 완벽한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괜찮은 협상을 할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큰 줄기를 가지고 있다.


영화 '강철비'

어릴 적에 누구든지 남북통일에 대한 그림이나 글을 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통일'은 마냥 어른이 된다면 언젠가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몇십 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통일은 커녕 점점 더 위협하는 관계로 굳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방송국 뉴스 보도팀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보름 간격으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관련 보도만 속보로 나갔던 기억이 있다. 조금 조용해진다 싶으면 얼마 뒤에 다시 비슷한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새벽 출근도 잦았었다. 그런 탓에 이제는 남북통일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그런 주제로 친구들과 토론을 하거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언제였는 지도 까마득하다. 통일의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 '강철비'

영화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기에 기대가 되었고 이번에도 시사적인 면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며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남한과 북한에 대한 관계, 서로의 상황, 그리고 통일에 대한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진지하고 무거운 흐름 속에서도 GD 노래를 흥얼거리는 두 배우의 움직임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장면은 극장에서도 관객들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하필 GD일까 하며, 그의 가사에 숨겨진 북한에 관한 메타포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힙합은 힙합일 뿐이었다. 추측하건대 시나리오 상에서도 이러한 의외성과 신선함 때문에 리딩 현장에서도 꽤나 즐겁지 않았을까? (그저 추측)


영화는 예상대로 이 두 배우의 호흡과 몰입을 따라서 집중적으로 흘러간다. 이름 또한 동명이인으로 설정해서 이 둘이 가까워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북한의 쿠데타로 인해 일인자와 도망 나온 요원 엄철우의 처지가 마냥 북한을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남한 안보 요원인 곽철우와 좋은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원래 하나였던 것은, 계속 하나여야 한다.


남한과 북한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남한의 권력다툼에 대한 시선도 돋보였는데, 결정적으로 새 대통령이 연설하는 내용을 책 제목에 비유하여 어느 정도의 '표준'을 세운 것도 좋은 전달이었다고 보았다. 이는 감독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아쉬웠던 점은 엄철우가 남한으로 건너오고 겪는 갈등들이 꽤 오랜 시간까지 밋밋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이야기적으로 몰입성이 뛰어나거나 흥미롭지는 않았다. 정우성과 곽도원은 눈을 반쯤 감아도 충분히 잘 보였는데, 너무 이들을 오랜 시간 동안 비춰준 것은 아닐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풍부한 깊이감으로 사회를 풍자하고 시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에서 만큼의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남한 관객과 북한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할 날을 기원하게 되는 영화, '강철비'였다.


글 여미

커버 사진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yeoulhan@nate.com


본 리뷰는 브런치무비패스 작가 자격으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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