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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Jan 25. 2018

멈출 수 없는 그곳, 욕망

영화 '원더 휠' 리뷰

욕망


바뀌는 굴러가면 굴러갈수록 속력이 붙는다.

심지어 내리막길이라도 마주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불같은 속력을 내며 굴러간다.


욕망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무얼 가진 들 부족함이 느껴지고,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의 것이 훨씬 탐나보인다.

타락을 한번 경험한 이에게도 욕망은 언제나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도, 또다시 유토피아를 꿈꾼다.


영화 '원더 휠'

최근에 영화 '어터널션샤인'을 다시 한번 보았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한 짐 캐리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여주인공인 케이트 윈슬렛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이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 감성 안에는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고, 범접할 수 없는 깊이가 숨어 있다. 참 판타지에 능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니가 케이트 윈슬렛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저 '저 여주인공, 연기 진짜 잘한다' 고 생각했다.


영화 '원더 휠'


사랑이 없는 삶

놀이동산 '코니 아일랜드'에서 새 남편과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는 지니는 현재 삶에 만족스럽지 않다.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리치는 허구 한 날 불을 지르며 여기저기 사고를 친다. 한번 이혼을 겪은 뒤 홀로 남겨진 것이 적적하여 재혼을 했지만,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낚시를 매일 같이 권유하고 술만 마시면 폭행도 일삼는다.


놀이동산에서 밥벌이를 하며 숙식을 해결하기에, 집 주변은 늘 시끄럽고 그녀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다. 꿈을 가득 안은채 환상을 꿈꾸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코니 아일랜드에 왔지만, 이제는 그것 마저도 성가 지고 지친다. 그녀의 삶에는 사랑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삶을 온통 흔들어놓는 한 남자가 나타난다.


영화 '원더 휠'

코니 아일랜드 해변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믹키. 그는 희곡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 지망생 청년이다. 늘 해변 위에서 세상 사람들을 구경하며 예술가의 삶을 꿈꾼다. 해변에서 쓸쓸하게 걷고 있는 지니와 우연히 대화를 나눈 이후, 둘은 급격하게 친해지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녀의 불륜이 또다시 반복된다.


영화 '원더 휠'

지니는 과거에 같은 이유로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또다시 타락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지만, 욕망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버리고 만다. 믹키는 지니의 남편과는 달리 부드럽고 다정하며, 한때 연극배우였던 지니에게는 믹키의 예술가적인 측면이 매혹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


그녀는 합리화를 시작한다. 어쩌면, 지금이 진짜 사랑일 수도 있다고.


지니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믹키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무대 앞에서 연기를 하며, 공연을 하고 노래를 부르던 자신이 현재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지루한 결혼생활에 싫증을 느낀다. 그러면 그럴수록 믹키에게 점점 의지하고 기대하게 된다.


자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믿게 된다.


영화 '원더 휠'

그러나 비극은 시작되고 말았다. 지니 남편과 전처와의 딸(캐롤라이나)이 코니 아일랜드에 건너오게 되면서 그녀의 로맨스가 중심을 잃게 된다. 지니가 새로운 남자에 눈을 돌렸던 것처럼, 믹키도 젊고 아름다운 캐롤라이나에 매혹돼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욕망으로 가득 찬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그리고 지니의 욕망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파국을 맞게 되어 캐롤라이나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 장본인이 된다.


영화 '원더 휠'

관람 포인트


욕망의 끝은 언제나 매섭다. 인생의 큰 행복과 짜릿함을 선물하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왜 그럴까?


지니의 어린 아들인 리치가 불을 지르러 다니는 행동이 영화 속에서 꽤 많은 장면을 차지한다. 어른들은 그를 혼내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성냥을 들고 다니며 주위를 계속해서 뜨겁게 만든다. 영화 결말에서도 그가 불을 지르는 장면이 피날레로 장식하는 이유, 무엇일까?


우디 앨런 감독은 얼마나 인간이 이성보다는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에 대해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신랄하게 표현했다고 보았다. 대체로 롱테이크 기법을 활용하여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꼈고, 나레이션을 포함한 극 중 인물의 대사들이 매우 유쾌하고 유머러스하여 껄껄 대며 웃다 보니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한 가지 매우 신선했던 것은, 인물이 대사를 하는 중에 조명이 다양한 색깔로 계속해서 바뀌는데, 이 무대장치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믹키가 쓴 연극 각본이 아녔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운 낭만이 숨 쉬는 세계에서 인간의 불같은 욕망을 유쾌하면서도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

영화 '원더 휠' 이였다.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 작가 자격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글 여미

이미지 출처 네이버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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