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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Apr 23. 2018

쓸쓸함에 대하여

나는 가끔 하늘을 본다

나에게 있어서 집이라는 것은 부정적인 공간이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몸을 씻는 그 익숙한 공간, 그 공간에 있을 때면 유독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고요한 정적은 때론 나에게 불안을 안겨준다. 모든 것이 그대로 인 것을 보고 있자면 아무 발전 없는 나를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정적이 흐르는 방 안으로 들어오면 도대체 삶의 즐거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결국에는 이 사물들처럼 아무 변화 없는 나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잠긴다. 괴로운 사색을 하느라 밀려오는 잠을 어떻게든 밀어 내보려고 한다. 그렇게 잠을 거부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악몽을 자주 꾼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쫓아오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고 있다. 두려움에 떨면서 작은 공간에 몸을 웅크리며 숨어있거나 뒤를 힐끗힐끗 돌아보며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꿈속에서 깨어나면 납작한 종이 인형 마냥 펄럭 거리며 누워 있다. 집이 나에게 주는 위압감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왜 그것으로부터 자꾸 도망치려고 할까.  


어쩌면 나는 외로움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쓸쓸한 기분이 들 때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다. 


쓸쓸함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외로워지면 쓸쓸해지고 그 쓸쓸함은 아무것도 나아갈 수 없는 무력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선택할 수 없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나에게 밀려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자주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다. 괜찮다며 위로해줄 이가 곁에 없다면 스스로 말을 건넬 줄도 알아야 한다. 충분히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며 자신의 육체에 토닥거려줘야 한다. 인생은 누군가와의 결합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하나의 독립적인 인간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어야 고독을 줄일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홀로 보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하늘을 보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쓸쓸함을 잊어버린 채 깊이 잠들곤 하니까. 


나는 가끔 하늘을 본다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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