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은 외로운 자리일 것이다. 텅 빈 교장실에 앉아 혼자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 결단이 학생에게나 교사에게나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을 테니 어느 쪽에선가는 반드시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결단을 누구에게 전가할 수 없으니 어렵고 외로운 자리일 것 같다.
역사상 외로운 결단을 내려야 했던 사람이 바로 성웅 이순신이지 않을까 한다. 이순신은 그 결단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에게 성웅으로 살아 있다. 그래서 이순신의 리더십과 학교장을 비교해서 교장의 모습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이순신 이야기는 김훈의 《칼의 노래》를 참조한다.
1. 앞날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칠천량 패전과 한산 통제영의 붕괴 이후 다시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을 때 이순신에겐 120명의 군사와 12척의 전선이 전부였다. 이 상황에서 임금은 수군이 외롭고 의지할 데가 없으니 해전을 포기하고 장졸을 인솔해서 육지로 올라가 도원수부의 육군과 합치라는 유시를 내린다. 그러나 이순신은 “수군을 폐하면 적들이 서해를 따라 충청 해안을 거쳐 한강으로 들어가 전하에게로 갈 것이므로”라는 내용이 담긴 장계를 올린다.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내다볼 줄 아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에 닥칠 어려움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입시제도, 출산율의 저하, 교육감의 교육정책, 교육부의 교육정책 등이 우리 학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리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했었다. 미리 내다보면 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당연히 학교의 모든 것을 책임진 교장은 앞날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2.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충무공 연보를 보면 임진란 당시 첫 출전 때 좌수영 함대는 판옥전선 24척, 협선 15척, 어선 46척이었다. 원균의 함대가 칠천량 해전에서 전멸했을 때 깨진 조선 전함은 3백 척이었다. 어떻게 임진란 초기의 출전함대에 비해 엄청난 수의 전함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이순신은 전쟁을 치르면서 다음 전쟁에 대비했다.
이뿐 아니다 왜군들의 서해 우회를 좌절시킴으로써 전라, 충청, 황해를 지켜낸 한산대첩을 위해 비책을 제시한다. 바로 수세와 공세, 유인과 섬멸, 도주와 역공, 포위와 역포위에서 신속한 전환의 위력을 떨쳤던 학익진이다. 적의 주력을 바다 쪽으로 유인하며 도주하던 이순신의 함대는 돌연 적 앞에서 방향을 180도 선회하면서 양쪽으로 날개를 펼치며 적을 포위해서 섬멸했다. 강도 높은 군사 훈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자기 명령을 알아듣고 부하들을 독려할 수 있는 장수들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순신의 승리는 전쟁에 필요한 것들, 즉 작전, 작전수행능력, 무기, 병참, 군사 등을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통찰력으로 우리 학교에 닥칠 어려움을 예견했으면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교장은 학교의 지휘자이다. 지휘자가 공연 때 멋지게 지휘하기 때문에 악단이 멋지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시켰기 때문에 멋진 음악이 나오는 것이다. 교장은 평상시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학교 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은 평상시의 준비에 달려 있음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3.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순신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확고한 비전을 제시한다. “수군이 비록 외롭다고 하나 이제 신에게 오히려 전선 열두 척이 있사온즉……, 신의 몸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한에는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적의 선두를 부수면서 물살이 바뀌기를 기다려라. 지휘체계가 무너지면 적은 삼백 척이 아니라, 다만 삼백 개의 한 적일 뿐이다.”
교장은 학교의 CEO다. 최고 경영자로서 학교 운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확고한 비전은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나간다. 회사도 경영자의 비전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만들어져 간다. 당연히 교장은 학교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 없는 장수 휘하의 병사는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죽어간다. 비전 없는 회사의 직원은 그냥 월급 타는 기계일 따름이다. 비전 없는 교장의 학교는 존경받지 못하는 교사와 그저 잠으로 때우는 학생들로 구성된 쓰레기 넘치고 잡초 무성한 학교로 전락할 것이다. 교장은 확고한 비전을 가져야 하고 자신의 비전을 교사와 학생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즉 비전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비전 성취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