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도시 우화 05화

춘몽#1: Cold Blue

파랑이 되어

by 차감성

[도시 우화]

춘몽#1


어쩜 그리 파랗던지. 사람들로 꽉 차 있던 지하철에서 내려 올려다본 하늘은, 정말 파랗더랬다. 땀이 송글송글 맺혔는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오히려 차갑게까지 느껴졌어. 사람들에 떠밀려 역에서 나왔을 때, 그제야 비로소 하늘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파랗다는 걸 알았지. 비현실적인 파랑. 자주 가던 카페의 간판도 파랑, 커피도 파랑, 보도블럭도 파랑, 지나가던 차들도 파랑. 파랑파랑파랑.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이상하게 밝다는 느낌만 들었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머리가 평소보다 조금 지끈거리긴 했지만 학교 앞 카페에서 9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했고, 또… 너도 알잖아. 나 학교 도착하는 시간이 애매해서 항상 수업 전에 일찍 가 있는 거.

아무튼 그렇게 앉아있는데 창문 밖 풍경이 뭐랄까… 되게 이질적이었어. 똑같은 학교 풍경인데 그냥 엄청 파란 거야. 마치 누가 카메라 필터를 씌워 놓은 것처럼… 그건 정말 지금 생각해봐도…신기했어. 꼭 갤러리에 전시된 사진 작품 같았다니깐.


수업이 어떻게 끝났더라… 기억이 잘 안 나네. 머리가 점점 더 아파왔거든. 나중엔 깨질 듯이 아프더라. 거기에 찬 바람을 잘못 맞아서 그런가, 몸이 떨려오는 거야. 그냥 추운 게 아니라 내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어. 그때가 10월 정도였는데 지금 찾아보니깐…그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네.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져.


원래는 시험도 얼마 안 남았고, 집에 가면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니깐 학교에서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음… 도저히 못 하겠더라. 그래, 맞다! 그 날이야. 너랑 같이 공부하기로 한 날. 내가 오늘 못할 것 같다고 하니깐 너가 놀렸지, 하하. 공부하기 싫어서 도망가는 거라고 놀렸잖아. 근데 이제 알겠지? 나 진짜 몸이 안 좋았어.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기억 안 난다. 내 발로 걸어갔는지, 아님 네발로 기어갔는지… 그냥 와서 씻지도 못하고 엄청 잤다.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파랑은 사라지지 않았어. 추위도 마찬가지. 나중에 들어보니깐, 오한이라고 하더라고. 엄마가 계속 병원 가보자고 했는데, 음… 밤에 응급실 가면 엄청 비싸잖아. 그냥 내일 아침에 가자고 했지.

그때 그냥 엄마 말 들을 걸 그랬어. 만약 제때 갔으면 이렇게 차갑게 파랑이 되어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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