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
정오와 이렇다 할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우린 정말 친했지만 잘 지내냐, 는 말만 가끔씩 주고받았을 뿐…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연락이 오고 가진 않았다. 늘 그렇듯, 서로의 일에 바빴고 서로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식장 안의 공기를 견디기 어려워 밖으로 나왔다. 벚꽃은 어두운 식장의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얗게 만개했고, 또 바람에 휘날렸다. 피자 마자 지는 꽃이라... 보는 사람만 좋은 꽃이다.
구석구석 남자들이 담배를 입에 물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정오도 그랬다. 우린 길을 지나며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일부 몰지각한 흡연자들을 뒤에서 함께 욕하곤 했다. 도대체 담배를 왜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오늘, 내가 만약 담배를 피웠다면 벌써 여러 번 저들 사이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따금씩 돌풍이 불었다. 봄이지만 유난히도 이번 봄에는 추운 날씨가 지속됐다. 바람이 거세게 불 때마다 벚꽃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나는 넋을 잃고 바라봤는데, 어쩌면 저 꽃은 떨어질 때 가장 아름다운 걸 수도 있겠구나, 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저 순간만을 위해 추운 겨울을 견디고 딱딱한 가지에서 봉우리를 틔우고 결국엔, 피워냈구나.
정오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엔 괴로웠겠지. 하지만 이내 ‘내가 왜 죽었을까?’, 하고 물어보지 않았을까. 정오는 그런 친구였다. 모든 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 옆에서 보면 피곤해 보였지만, 언젠가 나의 이런 의문에 정오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오는 계속해서 삶에 ‘왜’를 던지라고 했다. 내가 이걸 하고 싶은 이유는 뭐지? 이걸 하면 무엇이 있지? 그걸 얻어서 나는 왜 행복한 거지? 그렇게 계속해서 왜, 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했다.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왜’를 물을 수 없는 어떤 지점이 온다고 했다. 정오는 그게 네 삶의 목표라고, 네가 지금 당장 네 일에 좌절하더라도 그 목표를 알면, 지금 좌절하고 있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그 뜻을 이룰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면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럼 너는 ‘왜’ 사는데?”
그렇게 ‘왜’를 던지라고 강조했던 정오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나로 인해서 행복해진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런 나로 거듭나기 위해 산다,라고 정오는 말했다. 그래 정오야. 생각해보니깐 나도 그때가 제일 행복하더라. 내 옆 누군가가 행복할 때, 행복할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
벚꽃잎이 발아래에 톡 떨어졌다. 하하... 넌 그 목표를 이루었구나.
14일 간 무슨 꿈을 꾸었을까.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중환자실에서 정오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편안히 누워있었다. 여기서 정오야, 라고 부르면 당장이라도 잠에서 깰 것처럼. 부시시 눈을 비비고, 여긴 어쩐 일이야, 라고 대답할 것 같았다. 어쩐 일이긴, 어쩐 일이야… 너 보려고 왔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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