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도시 우화 06화

춘몽#2: 봄꿈

짧은 꿈을 꾸었어.

by 차감성

[도시 우화]

춘몽#2



너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너에게 나를 남길 수 있어 다행이야. 미안해, 네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흘려 줘.


난 그 때 짧은 꿈을 꾸었어. 꿈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행복한 기억이야. 평소 무뚝뚝했던 엄마의 따뜻한 손, 아빠의 나지막한 기도, 내 방, 내가 참 좋아하는 조명, 잔잔한 바다 향초…포근한 침대에 누워 창문 밖으로 올려다 본 달빛. 난 그 달빛을 덮고 꿈 속의 꿈을 꾸는 거야. 그 속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지.


똑…똑…똑…똑. 너무 차가워…비가 오는 걸까, 하고 살며시 눈을 떠보니 작디 작은 병 안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비를 맞고 있더라. 물이 차올라서 조금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조각배 위로 올라탔는데, 글쎄, 한 방울씩 내리던 비는 작은 구멍으로 다시 한 방울씩 흘러 내려가더라고. 하하, 내가 겁이 너무 많았던거야.



그렇게 모두가 잠들어 있던 밤, 잠에서 깬 나는 그 방에서 나와 긴 복도를 걸어. 조용한 복도, 깊은 밤. 들리는 건 내 발걸음소리와 잠들지 않은 자들의 기도소리뿐. 그거 알아? 끝에 맞닿아 있는 사람들은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겨.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 걸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지. 그래서일까. 내가 복도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그들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기도했어. 나를 위해 기도했고, 너를 위해 기도했어. 더 나아가야 할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어.


다시 작은 병 안. 투명한 바다 위로 똑 똑 떨어지는 비가 천천히 멎으면 바다 위로 노을이 져. 하늘이 붉게 물들면 바다도 빨갛게 물들지. 난 그게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 모습이 아름다워 잠자코 바라보기만 했어. 바라보고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는 새 바다에 잠기고 말아.


00아, 나는 지금 우리의 이 대화가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하지만 꿈이면 어떻고 현실이면 어때. 나는 그냥 너랑 이야기하는 지금이 참 좋아. 그래도 만약에 이게 꿈이라면, 일어나서 너와 함께 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현실이라면 잠에 들지 않게 말을 건네줘. 내 옆에서 네 이야기를 해주면 돼.


너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너에게 나를 남길 수 있어 다행이야. 미안해. 네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흘려 줘.

난 그 때 짧은 꿈을 꾸었어. 꿈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행복한 기억이야. 평소 무뚝뚝했던 엄마의 따뜻한 손, 아빠의 나지막한 기도, 내 방, 내가 참 좋아하는 조명, 잔잔한 바다 향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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