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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 Nov 06. 2018

MBC 다큐의 눈물

출처 - MBC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푹 빠져 다큐멘터리 PD를 꿈꿨던 시절이 아주 잠깐 있었다.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던 친구들 대부분은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보며 꿈을 키웠다던데… 내게는 MBC의 <지구의 눈물> 시리즈가 그랬다. 2008년 <북극의 눈물>을 시작으로 2011년 <남극의 눈물>까지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2018년 지금,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면 딱!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MBC만 그런 건 아니다. 타 채널의 다큐멘터리도 없다.)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본 지도 오래다.

TV에서 다큐멘터리는 왜 사라졌을까?

하이라이트 친 부분이 다큐멘터리다. (출처 - MBC)

다큐멘터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MBC에서도 분명 다큐멘터리를 찾을 수 있다. 편성표의 맨 위와 아래,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다큐멘터리를 찾을 수 있었다. 지역 MBC가 만드는 다큐멘터리 <MBC 네트워크 특선> 등은 주말의 문을 열었다. 오전 5시에! 일요일 오전 7시에는 <MBC 다큐프라임>을 방영한다. 이마저도 자주 결방된다. 올 1월, 2월, 3월, 5월, 9월엔 한 주만 방영했고 4월과 7월, 8월에는 단 한 번도 방영하지 않았다. 10월 7일과 21일에 방송된 <정약용, 200년의 꿈>은 2부작이었음에도 한 주를 건너뛰었다. <MBC 네트워크 특선>은 일요일 23시 55분에도 방영한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심야 시간이다.


다행히도 <MBC 네트워크 특선> 중 <좌충우돌 만국유람기>는 목요일 오후 5시 15분에 방영한다. 그나마 볼 법한 시간대인 <좌충우돌 만국유람기>는 2006년부터 지역 MBC의 자랑이다. 청년들이 버킷리스트에 적힌 나라로 떠나는 여행기를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다큐멘터리로 볼지, 그저 여행하는 교양 프로그램으로 볼지는 시청자에 따라 다를 듯하다. 참고로 2006년 처음 제작한 부산 MBC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류했었다.

출처 - MBC

월요일 오후 11시에는 <MBC 스페셜>이 자리한다. 비교적 일찍 잠드는 어린이나 노인이 아니라면, 정말로 ‘볼 법한’ 시간대다. MBC 내 ‘다큐멘터리의 눈물’을 닦아줄 가능성을 얼마 전에 보여주기도 했다. <청춘다큐 다시, 스물 – 뉴 논스톱>을 통해서 말이다. MBC의 대표 시트콤이었던 <뉴 논스톱> 멤버들이 모여 동창회를 연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그 시절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16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트콤처럼 유쾌했고 다큐멘터리답게 울림이 있었다.


요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 학창 시절엔 지구 온난화를 배우며 <북극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꼭 봤다. 환경뿐 아니라 다문화나 문화상대주의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은 <아마존의 눈물>과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여줬다. 지금도 지구 온난화는 진행되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이상 기후나 미세먼지의 공포를 마주한다. 환경만 우리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가짜 뉴스도, 끔찍한 범죄 등의 사회문제도 그렇다. 이럴 때일수록 다큐멘터리가 필요하다. 다큐멘터리야 말로 자연을, 사회를 깊게 파고들어 보여주는 장르다.


현재 MBC에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도 적지만 이걸 볼 수 있는 기회도 적다. 웬만한 관심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MBC 다큐멘터리를 찾기 어렵다. 시청자들이 보기 어려운 시간대에 편성돼 있다. 다큐멘터리는 제작이 어렵다는 걸 안다. 제작진도, 제작비도 어렵다. 하지만 <북극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로 누군가는 "지구"를 생각하게 됐고, <아마존의 눈물>과 <아프리카의 눈물>로 누군가는 "함께 사는 지구"를 생각하게 됐다. 왜냐하면 정보 전달에 그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 원주민의, 아프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극과 북극 동물들의 서사가 담겨 있었다. 이야기와 감동, 재미까지 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의 눈물>을 잇는 MBC만의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기대한다. MBC 다큐멘터리의 힘으로 시청자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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