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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Oct 12. 2019

결혼하기 전에 해야만 하는 일

또 한 명의 지인이 싱글이 되었다.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너무 기뻐했던 친구라 마음이 아팠다. 한창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조금 정리가 되었을 때 연락이 와서 그런지 그 친구는 생각보단 괜찮아 보였지만, 주위에서 이혼한 지인들 얘기를 들은 게 있다 보니 걱정이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난 상대에게 난 이런 결혼생활을 할 거라고 말하고 있고 세뇌 중이야'라고 말한다. 난 주위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던 사람이 1대 1 성경공부까지 하고 세례를 받고 결혼한 경우도 봤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그러한 변화는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드디어 교회 다니는 사람을 만들어서 결혼한 그 부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둘 모두 교회를 안 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은 변하긴 하지만 누군가의 의도에 맞춰서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애할 때나 잠시 시간을 보낼 때 1-2년 정도 맞춰주는 건 가능하지만 그걸 평생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걸 요구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 폭력도 그런 폭력이 어디 있나? 


결혼은 상대의 주요한 특성, 가치관과 세계관이 나의 그것과 공존이 불가능하지 않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여기에서 내가 '공존이 불가능하지 않을 때'라고 한 것은 그것들이 완전히 맞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고, 다만 두 사람이 상대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평생 인정, 존중 혹은 방치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은 함께 가정을 꾸릴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은 어느 한쪽이 다른 사람에게 '나는 이런 가정을 꾸릴 거고 이럴 거야 알았지?'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냥 나이브하게 '뭐 그래, 그게 무슨 큰 문제라고'라면서 가볍게 들어 넘길 수도 있다. 이는 표현되는 내용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그것이 가져올 나비효과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일요일에 꼭 교회를 갈 거고 아이를 낳으면 주일학교를 보내야겠어'라는 말은 결혼 전에는 그냥 들으면 '그래, 그때 난 집에서 TV를 보거나 자다가 오후에 가족 간의 시간을 가지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교회들은 하루 종일 교회에서 행사가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일요일에 가족이랑 캠핑을 가거나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제약이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교회 사람들을 주말에 집에 초대해서 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그럴까? 아니다. 교회 자체에 충성하는 게 아니라 성경적 가치에 따라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금 유연할 수 있다. 여행을 가서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릴 수 있고, 꼭 형식적으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혼자 20-30분 정도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결혼하기 전에 연인 간에는 이와 같은 '현실적인'대화를 솔직하게 터놓고 해야만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 '내가 어디까지 맞추고, 양보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를 본인의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게 지금 당장 맞지 않는다면 헤어져야 하냐고? 아니다. 내 경험으로는 그와 같은 유연성은 나이가 들면서 굳어지는 영역도 있는 반면 더 유연 해지는 영역도 있기에 그게 지금 맞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어서 갈라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 절대 양보하지 못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면 그때가 최소한 두 사람이 결혼할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는 상대방의 가치관과 세계관, 생활패턴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듣는 것]이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을 듣고,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가정생활이 어떨지를 상상해 봤을 때 맞춰질 수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을 듯하다면 그땐 결혼 준비를 해도 될 것이다. 반면에 그 과정에서 절대 맞춰지지 못할 듯한 면이 있다면 일단 그냥 연인으로 지내거나, 가정을 함께 꾸리지 못할 사람과 연애에 의미가 찾아지지 않는다면 헤어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이성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냥 느낌과 감으로 서로를 읽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가정을 행복하게 꾸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은 두 사람이 모두 감이 엄청나고 굉장히 발달했을 때만 일어나기에 최소한 진지하게 결혼 얘기가 오가는 시점에서는 그런 대화를 두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이성적이고, 솔직하면서 허심 탄화하게].


연애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감정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결혼은 그런 감정에 이성적인 판단이 더해져서 결정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로 인해 갈라서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그런 대화를 하고 상대의 말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면,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될 확률이 낮아지거나 갈라서는 경우에도 최소한 서로에게 덜 실망하고 상처도 덜 주지 않을까?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혼을 너무 쉽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지인들에게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이혼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다 보니 사람들이 티를 내지 않을 뿐, 쉬운 이혼은 단 하나도 없더라. 그리고 이혼 후에는 당사자들 모두 일정기간 이상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더라. 


결혼만큼은 감정만 갖고, 막연하게 괜찮으리라 기대하고 해서는 안된다. 결혼만큼은 두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성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한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결정해도 맞지 않는 것 투성이일 게 분명한 게 결혼생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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