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풍경. 8화
브런치에서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글을 쓴 지 만으로 3년이 거의 되었다. 사실은 누구도 진지하게 연애에 대한 글을 쓰지 않는단 생각에 쓰기 시작한 시리즈였다. 하지만 정리 버전을 쓰기 시작하는데 3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해 쓸 수 있는 글의 주제가 그렇게 많을 줄은 나도 몰랐다.
지금 돌아보면 그 과정은 내가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는 기간이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소망함은 가정을 꾸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란 걸 내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난 3년 간 글을 쓰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이 주제들에 대한 내 생각이 정리되고 다듬어졌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3년 간의 시간은 사실 내가 누군가에게 읽으라고 글을 쓰는 시간이라기보다는 내 생각이 다듬어지고 정리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내게 가장 큰 질문은,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감정'을 말할지 모른다. 맞다. 감정은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하는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감정은 연애를 '시작'할 때는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감정은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고, 감정은 언제든지 흔들리고 외부 요소에 의해서 휘둘릴 수 있다. 감정 없는 연애가 지속될 수 없지만, 감정만으로 연애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그 외에도 어떤 이들은 연인의 외모가, 재력이, 성격이 중요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다 맞는 말이다. 상대가 외적으로 본인에게는 매력이 있어야 하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게 분명 연인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을 주며, 두 사람의 성격이 잘 맞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외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게 되어 있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연애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유가 있는 이들은 오히려 그 여유로 인해 이별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성격을 완전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연애에, 연인관계가 유지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신뢰라는 것이다. 감정은 연인관계를 형성하는데 필요하고 도움이 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그 관계를 유지해 주는 것은 상호 간의 신뢰다. 이는 두 사람의 감정은 순간적인 스파크처럼 튀지만 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스파크가 튀었을 때 내가 믿었던, 생각했던 상대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거나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사람이고 두 사람이 만날수록 서로가 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그 감정도, 관계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신뢰'는 여러 가지 차원이 있고, 사람마다 본인에게 중요한 신뢰는 다르다. 어떤 이들은 상대가 몸매 관리를 꾸준히 할 것이라는 신뢰가 중요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상대가 잘 씻을 것이라는 신뢰가 중요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상대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 혹은 그녀가 말한 것은 지키는 사람이며, 일관성이 담보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서 예측가능성이 어느 정도 이상 있는 것이 연인관계를 안정시키고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 연애 초반에는 자극과 흥분을 유도하는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 같은 호르몬이 생성되고, 이는 인간이 연애초기에는 이성적인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감정적으로 흥분되며 긴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연애 초기에는 우리가 상대방을 온전히 그대로 보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연애후반에는 행복할 때 나오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돕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코르티솔 분비를 억제하는 옥시토신이 생성될 때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연애초기라고 해서 옥시토신이 생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옥시토신은 사람을 진정시키고, 안정시켜주며 포용감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관계가 그렇게 발전되기 위해서는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속을 상대방에 내놓고 상대방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이 어디 그렇게 쉽게 마음을 여는 존재인가? 인간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는 상대방이 살아온 과거, 갖고 있는 생각, 지금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유하기 시작할 때 형성된다.
연애에서 대화가 중요하고, 연인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건 거짓말인 것이 그 때문이다. 아무리 대화를 통해 연인과 내가 서로를 알아간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거짓말로 인해 신뢰가 깨어지면 그 연인은 관계가 지속될 수가 없다. 상대를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내 얘기를 꺼내겠나? 그리고 상대에게 내 얘기를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상대와 내 관계는 깊어지기는 커녕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연인관계는 도파민만을 생성하고 옥시토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단 것이다. 이는 도파민 같은 각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기간은 길어야 2-4년이기 때문이다.
연애는 많은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시작될 수 있는 종합예술이다. 그리고 연령과 무관하게 그 요소들은 연인이 되는 과정에 모두 필요하다. 나이와 상황과 성향에 따라 그 시기에 필요한 요소가 다를 뿐이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오래될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연애에서는 '도파민적 요소'보다는 '옥시토신적 요소'가 더 중요해진단 것이다. 그리고 '옥시토신적 요소'에 해당하는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정서적 유대감은 '상대방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형성될 수 있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작은 거짓말에 대한 기억은 '하는 사람'에게서는 금방 증발되지만, '듣는 사람' 안에서는 무의식의 영역에 계속해서 축적된다. 지금은 작아 보이는 균열도 그게 축적되면 관계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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