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2화
A: "최선을 다해 봐"
나: (속으로) "이미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최선을 다했다고 이 ㅆ0놈아!!"
내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했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난 이런 대화를 수 십, 아니 어쩌면 수 백번도 더 해왔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정말 온 힘을, 내 육체와 마음의 힘을 다 끌어다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이런 말을 한 사람들에게 난 속으로만 저렇게 외쳤으니까. 최선을 다하란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도,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본인 나름대로 좋은 의미로, 다른 말을 해줄게 마땅히 없어서 하는 말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얼핏 들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최선을 다해'란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은 '최선을 다해'란 말은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단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라고 말하진 않지 않나?
물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진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나무 아래 앉아서 사과가 본인 입으로 '쏙' 들어가길 기대하며 하루 종일 베짱이 놀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누군가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라는 말이 우리가 최선을 다하게 만들까? 아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고, 누군가가 최선을 다하라고 한들, 그 말 한마디로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할 힘이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고, 그런 상태에선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최선을 다할 힘이나 의지를 줘야 하는데 '최선을 다해'란 말은 힘도, 의지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결혼을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 소개팅도 시켜주지 않으면서 결혼하라고 하거나, 살을 빼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음식을 소개해 주지는 않으면서 살을 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지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이든, 움직이기 귀찮아서 누워있는 사람이든, 칼로 찌르며 협박을 한다고 그 사람들이 당장 일어나서 뛰게 되지 않는다. 지친 사람들에게는 힘을 낼 수 있는 음식을, 움직이기 귀찮은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혹할만한 목표를 줘야 그 사람들이 일어나 걷거나 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서 최선을 다 [못]하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건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아'란 말을 해주는 것이다. 이는 지치고 힘들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에 매몰되어서 자신 안에 있는 힘도 다 끌어다 쓰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쳐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해주면서 옆에서 너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면, 지금 처져 있어도 괜찮다고,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고, 그런 시선의 변화는 그 사람이 자신 안에 있는 힘을 끌어서 다시 일어나서 최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해 준다.
반대로 최선을 다할 의지 자체가 없는, 왜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몰라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건 '세상은 이러저러해. 그러니까 이렇게 해.'라고 할 것이다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사람이 왜 최선을 다 안 하고 싶은지를 들어주고, 그렇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들어주며 같이 고민을 하면 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타박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며 스스로 길을 찾아가게 해 주면 그 사람도 본인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겠나?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 아닌가!
이처럼 '최선을 다 해라'는 말을 대체할 수 있는 소통 방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최선을 다 해라'는 말을 쉽게, 많이 한다. 그 사람의 최선이 자신의 시선과 기준에서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과 상대의 에너지의 총량은 다를 수 있고, 상대가 갖고 있는 재능과 본인이 갖고 있는 재능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단 것이다. 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는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우린 그런 것을 감안하고 상대의 입장, 말과 생각을 먼저 파악한 후에 조언을 해야 하고, 그 조언은 '최선을 다 해라'처럼 추상적인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나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내 주관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과 상황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런 것을 고려하다 보면 '최선을 다 해라'는 말은 절대 쉽게 꺼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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