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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라a Oct 16. 2021

풍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

감사. 그 달콤한 소스

그렇긴 하지.
 낮에,  비 오는 
엄마와 이렇게 걸을  있는 것에 
감사해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방금 뭐라고 그랬어? 그리고 다시 들은  말은, 요리의 풍미를 알고 있는 미식가의 비평과도 같은 빛이 나는 말이었다.

 환절기 감기로 시작한 어느 주말. 평일 내내 즐겁게 놀겠다는 벼르고 별렀던 다짐에 야속하게도 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열감이 있으면 어디도 들어가지 못하는 감기에 비라니. 그래도 다행인 건 새롭게  우산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우산을 쓰고 병원으로 향했다.

새로 산 투명 우산의 이쁜 모양과,  비를 알리는 포근한 공기와. 뒷길의 짧은 길이 아쉬워 돌아가자는 별아이. 하지만 감기는 감기인지라 그리고  많은 비가 오는지라 아쉬운 맘을 다시 토닥였다. 대신 우리가 좋아하는 베이글을 사러 약간의 돌아오는 길로 오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길은  길이라고  속에 우산도 드는 것이 피곤했던지 이내 다리가 아프다 안아달라는 별아이다. 이제는 그냥 안는 것도 무거워져 오래 앉지도 못하는데 우산에 비에,  봉투에. 손이 여덟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시 생각해 .
우리가 좋아하는  오는 ,
이런 한낮에,
언제 엄마랑  길을 걸어보겠어?
이렇게 멋진 우산도 있는데!

 사실은 아주 단순하게는 불가능한 힘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시선 돌리기 전법일  있다. 하지만, 비를 좋아하는 우리는, 평일엔 일을 하는 엄마는, 우산을 쓰고  고인 웅덩이를 피해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걷는  오는  낮의 길을, 안된다는 대답보다  순간을 계속하길 원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치 그런 속마음을 알고 있다 이야기하는  별아이의 대답은 빛이 났다.  뒤로 어떻게 됐냐고? 우린 계속 걸었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고, 피어나는 꽃을 보며 웃었고 웅덩이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에 감탄했다.

감사한다는 말의 의미는, 형식적인 표현이 아니다. 나의 삶에 감사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고 그것을 느끼고 아름답다 이야기할  알며, 그것이 주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대한 표현이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보고 먹더라도 막상  맛의 풍미가 ’ 맛있다’로 끝나는 식탁을 생각해보자. 훌륭한 음식이 가득해도,  식탁은 메마를 뿐이다. 어른이  당신의 식탁은 어떠한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맛을 기억하고 표현하였던가를 떠올려보자. 당신의 식탁은 얼마나 풍성하였던가를 떠올려보자. 감사에 대한 표현이 서툴다면, 분명 당신의 식탁이 풍성했을지언정, 당신의 맛은 메말라 있었을지도 모른다. 감사는 어른의 것도, 아이의 것도 아니다. 풍성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주체의 것이다.

 우산을 들고 뛰어가는 별아이의 뒷모습에  비가 주는 빛이 난다. 그녀의 삶이 주는 빛이 난다. 봄이 오는 빗소리가 별아이의 삶이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감사할  아는 것은
삶의 부분 부분을 
알고,
느끼고,
표현할  아는
주체적인 행동이란다.
네가  삶의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엄마는 너무 기쁘고 감동적이고
 또한 감사해.


 엄마의 빗소리는 미소 짓고 뛰어가는 별아이의 빗소리는 감동이 된다, 웃음이 된다. 우리들의  비는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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