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신 TV 신재욱 선생님께
요새 닥신 TV라고 하는 유튜브를 자주 시청한다. 난 의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잘 안 본다. 힐링을 위한 유튜브 시청에서만큼은 본업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이 분의 채널은 의학적인 이야기보다는 본인의 생각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새로 업로드된 영상을 꾸준히 봐서 그런지 직접 얼굴을 보진 않았어도 친해진 거 같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분이다.
이분이 살아온 인생은 화려하다. 서울과학고를 나와 포항공대를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오셨다. 대한민국의 엘리트가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가신 분이 올리는 영상은, <비트코인 망한 의사, 주식계좌 현황>, <샴푸 값 아끼면서 느낀 점>, <중고차 고르기 시리즈>, <가성비 스테이크> 등등이다.
"월급이 의사라고 해서 많이 받는 거 같지만 자산들이 폭등하니까 월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월급을 모으는 게 뭔가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그러니까 주식에 들어갔습니다. 잃어도 겁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주식을 하다 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내가 만난 의사들은 모두 자존심 빼면 시체인 사람들 (나 포함)이다. 비단 의사뿐만은 아니고, 주식해서 돈 번 이야기는 많이 들리는데, 얼마 잃었다고 말하기는 친구 사이에서도 쉽지 않다. 이 분은 그런 점에서 대단하다.
자신의 실수를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용기.
돈은 참 무섭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우아하고 고고하게 벌고 싶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돈에 관해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의사가 나와서 비트코인 이야기, 주식 이야기를 한다고 한심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이 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서 유튜브를 시작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TVN에서 반영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화제다. 극 중 의사들은 하나같이 실력 있고 환자들에게 따뜻하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은 재벌이지만 드러내지 않고, 돈 없는 환자들의 치료비를 대신 내주는 사람이다. 드라마가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대중들이 의사들에게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이 의사상은 이 드라마에 국한된 모습은 아니다. <낭만 닥터 김사부>, <뉴하트>, <골든타임> 모두 캐릭터는 조금씩 다르지만, 의사상은 비슷하다. 500년 전, 광해군 시절의 '허준'에서 의사들의 이미지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나는 좀 더 많은 의사들이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대중들도 알아주지 않을까?
의사들도 그냥 평범한 인간들이라는 거.
다음 웹툰의 <내과 박원장>이라는 만화는 조금 시니컬 하지만, 실제 의사들의 고민, 공포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개업한 의사들 중에 폐업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댓글이 응원의 댓글이지만, 몇몇 댓글은 '의사 주제에 우는 소리하네', '진짜 힘들면 이런 웹툰도 못 그린다'라는 것도 있다. 요새 같은 코로나 시국에 좋지 않은 업종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선배 의사들의 폐업 소식이 들려올 때면 나도 모르게 우울해진다.
팬의 입장으로써 닥신 TV에 업로드되는 영상이 많아서 좋지만, 주식이 부디 다시 떡상해서 닥신 TV 신재욱 선생님이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