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임상강사 시작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을 포함 많은 분들이 대학만 가면 지금 보다 훨씬 행복 질 것처럼 얘기하셨다. 실제로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는 재밌게 놀았던 기억보다는 어마 어마한 의대 공부에 치여 쫓기듯이 학교 생활을 했었던 거 같다.
그때 깨달았다.
어떤 문턱을 넘어간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것.
어떤 사람은 이것을 문턱 증후군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문턱만 넘어가면 그곳 너머에 행복이 있을 거라는 환상'말이다.
한 사람 분의 역할을 하는 의사가 되는 과정은 매우 길다.
의과대학 6년(유급이 없다는 전제하에),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군의관 3년, 임상강사 1년
어떤 과를 전공하느냐에 다르지만, 15년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그래서 의사들이야 말로 대부분 문턱 증후군 환자들이다. 실제로 나를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지탱해주었던 팔 할은 '이 문턱만 넘어가면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이었던 거 같다.
그 믿음이 완전히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삶의 질의 상승이 있었지만, 행복의 순간은 언제나 찰나에 불과했다.
아마도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의관으로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병원의 새내기 임상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또 한 개의 인생의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인턴, 레지던트를 처음 시작했던 바로 그때처럼 서툴고 어색하다. 군의관 시절 만났던 친구들과 나를 따랐던 병사들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소속을 바꾼 지 문서상으로는 2주도 안되지만, 지나온 순간이 너무 아득하고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은 항상 지나야 그 순간이 얼마나 빛이 났음을 깨닫는다.
다행히 군의관 때 만났던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진 않지만,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임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내가 적응하려고 하는 이 순간도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
문턱을 넘어가고 있는 과정이 힘들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조금 더 주변 사람들에게 모질지 않게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