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느꼈던 몇 가지들와 다짐.
1. 페이닥터로서 일한 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가끔 선배 의사들이 밥을 사주고 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속으로 얼른 졸업해서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같은 것이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그 선배들의 나이가 되어서야 선배들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해가 간다.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생긴다는 것이 항상 유쾌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 인생은 점점 복잡해져만 간다. 이럴 수록 더욱 정리하고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해야겠다.
2. 한해를 돌이켜 보면 그럭저럭 나쁜 한 해는 아니었던 거 같다. 1년이 지난 뒤에 느낀 가장 큰 소득은, 내가 내 술기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의사에게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펠로우를 갓 마치고 정식으로 근무했을 때, 스스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한심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술기가 조금씩 조금씩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병변을 감별하는 눈도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한편으로 미숙한 술기로 나를 거쳐간 수많은 환자분들에 미안하고 죄송하다. 올 한 해도 조금 더 배우는 자세로 낮은 자세로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3. 올 한 해 가장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는 글을 많이 쓰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지만, 어떤 어설픈 완벽주의에 빠져 있었던 거 같다. 새해에는 완벽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무언가 저질러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잘 쓴 글을 쓰려고 미루다 보면 글 자체도 퇴보해 버리는 것 같다. 올해 내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스스로의 어설픔과 부족함을 견디는 일일 것 같다.
4. 그래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다. 가장 많이 빠졌던 것이 10kg 정도 빠졌고 지금은 8kg 정도 감량한 상태에서 유지 중이다. 이것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작년에 조금씩이라고 하려고 하는 근력운동, 산책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캐러라인 냅의 <욕구들>이라는 책에서 보면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 일인데도 겉보기에 너무 평범하고 무해해 보여서 좀처럼 그런 일로 인지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 정말 중요한 일은 급하지 않다. 글쓰기, 운동하기, 겸손하기가 지금 당장은 하찮아 보이지만, 나중에 내가 어떤 사람임을 설명해 줄 것이다.
5. 마지막으로 2021년을 무사히 보냈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견뎌주고 지지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가능한 것. 그리고 그것을 잊지 말 것.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