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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성공한 삶에 대하여

by 키튼

중학교 시절, 나는 그렇게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다. 공부는커녕 운동도 사교성도 그렇게 좋지 못해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주변에서 보면 항상 학습지를 풀고 있는 것 같지만, 빈 공간에는 낙서로 가득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던 시기,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만났다. 어머니 지인분께서 소개해주신 분으로, 무려 서울대 법대생이라고 하였다. 그 선생님께서는 얼굴이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고 옷을 잘 입는 것도 아니었지만, 단언컨대 내가 현재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멋있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서울대학교라는 학벌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특유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당시 세상 모든 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나의 모습과는 정반대에 있었다. 그때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이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1달밖에 안 되는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분이 나의 인생에 미친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럭저럭 공부해서 지방의 국립대에 입학하는 게 목표였던 나는 어느새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서울대에 들어가서 꼭 후배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이후, 아쉽게 서울대 입학은 실패했지만 교차 지원으로 의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모든 성취는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하버드에 입학했는데도 자신의 성취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대학이 아니라도 만족할 수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들이 존재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냐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만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의 인생에 만족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의사가 된 것
둘째, 결혼을 한 것
셋째,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 것

예전에 잠깐 클래식 기타 학원에 등록한 적이 있었는 데, 갈 때마다 늘지 않는다고 징징거리던 나에게 어머니 연배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원래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법이에요.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불평불만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하는 게 어때요? “


의사가 되기 위해 13년, 와이프와 결혼생활이 14년, 꾸준히 음악에 기웃거린 지 어느덧 10년 정도 되었다. 예전에 기타 선생님께서 했던 말을 어렴풋이 알 거 같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가치들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예전에 나에게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던 그 과외 선생님은 어느덧 변호사 선생님이 되어서 가끔 신문에도 나오신다. 그분의 자신감의 근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온전한 자신의 노력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던 것 때문이었던 거 같다.


성공한 삶이란, 소중한 걸로 인생을 채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결코 쉽지 않은 하루를 보냈지만, 그건 내가 소중한 어떤 걸로 인생을 채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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