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미크론

by 키튼

우리 병원도 예외 없이 코로나가 강타했다. 같이 일하는 심장내과 선생님 그리고 같은 소화기내과 선생님의 딸들이 모두 코로나에 확진된 것이다. 다행히 병원 내에 더 이상의 감염자는 없었고, 나도 음성이었다. (2022.2.7 현재 수도권에서는 매일 3만 명씩 감염자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이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날 거라고 하니 암담하기만 하다. 운이 좋은 건지, 인데까지 내 지인이 코로나에 걸린 것은 처음이다. 뉴스로만 보았던 터라, 코로나를 남의 일로만 느꼈던 것이 부끄럽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코로나의 위협이 내 코앞까지와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언제든 내가 감염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환자분들께 폐라도 끼칠까 마스크를 다시금 고쳐 쓰고 몇 번을 손을 씻는다.




2년 전 코로나가 대구를 강타했을 때, 내가 살던 지역의 마취과 선생님이 코로나에 감염되어서 지역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그리고 병원 이름과 마취과 선생님의 신상이 노출되어서 자녀 분들까지 모두 마녀사냥을 하듯이 몰매를 맞았다. 지금도 조심스러운 이야기이다. 백신을 세 번이나 맞은 지금에도 감염의 공포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


언제쯤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끼칠 피해가 더 걱정된다. 그게 의료인이면 더욱더. 음성 판정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운이 좋다’라는 생각이었다. 심장내과 선생님께서는 3차까지 모두 접종하고 내성적인 분이라 집 밖에 잘 안나 가시는 분인데도 남편분이 감염되어 본인도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 정도 전파력이라면 조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운이 좋아서 안 걸렸던 뿐이지.


어떤 분은 이번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 종식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가 처음 세상을 강타했을 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포에 시달릴 줄 알았겠는가.

지인의 코로나 감염에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의료인인 내가 이렇게 공포에 질려있는데 일반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지 상상이 안된다.


병은 죽음에 대한 수련이다. 그 수련의 첫 단계는 자신에 대한 마음 약한 연민의 감정이다. 사람은 결국엔 죽게 마련이라는 확신을 기피하려는 인간의 그 엄청난 노력을 병은 도와준다. 병을 통해서 인간은 성숙하게 된다. 병을 통해서 인간은 죽음 저 편의 세계를 깊이 묵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병을 두려워하지 말고 똑바로 응시하여 그것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귀담아들을 일이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펠로우 시절 코로나 생활 보호시설에 파견을 간 적도 있고, 군의관 시절에는 호흡기 환자 진료에 투입된 적도 있다. 면봉으로 코로나 검체를 채취할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제야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릴 그분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다음에 또 진료를 해야 하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다.


“ 저도 얼마 전에 검사했는데 코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아프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약에 괜찮지 않더라도 본인의 탓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마셔요.

힘내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