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육아는 계속된다.
딸과 단둘이 징검다리 연휴에 친정에 다녀왔다.
늘 그렇듯 엄마아빠는 함박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딸에겐 더욱 살갑고 다정한 눈빛과 말들로 순간순간 사랑을 표현하는 나의 엄마아빠.
언젠가부터 그 사랑이 온전히 손녀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막내딸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미안함, 후회 같은 것들을 손녀에게 만회하려는 느낌이랄까.
딸 곁에서 종이인형을 오려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손녀의 엉뚱한 물음에 부드럽게 웃으며 답하는 아빠가 낯설기도 하면서 마음이 찡해지는 건 어린 시절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잊고 있었던 장면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에게도 이렇게 사랑을 표현해 주었느냐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표정에서 아니라는 것을 들키게 될 부모님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해서 하고 싶은 말들을 삼켰다.
아이를 낳고 아이의 성장과정을 함께하면서 나는 늘 내 딸과 나를 비교하게 됐다.
이렇게 자식이 사랑스러운 존재구나. 나는 왜 이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지.
아이를 낳고 부모님이 미워졌고 원망스러웠다.
출산 후에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받은 적이 있다.
전화통화로 엄마에게 소식을 알렸는데 들려오는 대답은 축하가 아니었다.
"뭐 하러 그 회사에서 너를 뽑냐, 다 꿍꿍이가 있겠지."
그 순간 화산폭발처럼 내 안에 뭔가가 터지는 느낌이었다.
"부모조차 자식을 믿어주지 않고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 자식은 세상에 어떻게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를 쳤다.
잠시 침묵. 돌아온 대답.
" 그게 아니라 엄마는 걱정이 돼서.....
미안하다. 네 말을 들어보니까 네 말이 맞네. 앞으론 칭찬하고 격려해 줄게."
그 사건 이후 우리 엄마는 나에게 사소하게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나의 기를 세워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예순이 넘는 나의 부모님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응어리진 마음은 쉽사리 풀리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