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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몽 Oct 19. 2023

'너 나 아냐?!' 댓글이 댓글을 만든다

직업체험: 인터넷 뉴스 에디터

'말'에 대한 우리나라에 속담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가 있다. 이는 말로 별 뜻 없이 던진 돌에 뛰어가던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다는 표현이다. 숨은 뜻으로 '뜻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영혼에 상처를 입힌다'는 심오한 세계가 담겨있다.

      

또한 ‘말이 말을 만든다’는 속담은 말을 옮길수록 내용이 빠지거나 더해져 원래 내용과는 달라져 새로운 말을 만든다는 뜻을 가졌다. 위에 모든 속담들은 말에 관한 구절은 옛날부터 말로 전해 내려온 풍자, 비판, 교훈을 간직하고 있으며 말이 중요성과 속성을 알려준다. 


SNS(Social Network Services)의 시대가 도래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정말 많은 곳에서 글을 쓰며 말이 말을 만들어 원래 뜻을 왜곡하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글쓰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었고 일상의 모든 것을 올리며 '좋아요'에 열광한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으며 어느 시대보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쓰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만이 가진 행동인 '기록'의 정점을 찍고 있다.      


SNS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댓글문화’라는 것이 형성되었다. 서로를 응원해 주고, 위로와 사랑의 표현의 댓글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라는 점을 악용해 비난과 조롱의 말들을 죄책 감 없이 쏟아내며 표현의 자유라며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이제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 뉴스의 시대로 넘어갔고 사람들은 '진실'이 아닌 '자극적'인 이야기를 원한다. 거짓말이었다는 김새는 이야기엔 흥미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출근이 어려워지면서 취업을 포기했다. 작은 일이지만 재택근무로 드라마 모니터링 일을 하다가 우연히 인터넷 뉴스 에디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인터넷 뉴스 에디터는 기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슈 글을 가지고 다르게 정리해서 재편집하는 일을 한다. 뉴스 하나가 나오면 관련뉴스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이런 시스템 때문이다. 이슈가 되는 읽을거리 안에 광고를 넣어 사람들이 보게 만들고 광고료로 이윤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가졌다.


언론 홍보 업체는 일정 금액의 광고료를 내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지만, 내가 일했던 곳은 이미 나온 뉴스들에서 클릭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짜깁기해서 재편집하는 시스템으로 기사를 쓴다.       


기사글 내용에는 연예, 사회, 정치, 문화, 생활 등 다양한 면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연예인, 유명인, 아니면 기괴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잘 팔린다. 기사글을 정리하면서 가장 주의했던 점은 정해준 기사를 보고,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팩트체크.


전부 체크는 불가능하지만, 거짓말을 쓰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누군가를 비방하는 글이나 부정적인 글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옮기려고 했다. 가짜뉴스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걱정이 컸고,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맡겨진 기사를 재편집해서 발행할 때 기사 밑에는 ‘OOO기자’라고 이름이 붙어 글이 나간다. 내 이름으로 처음 나가는 글이 이런 글이 될 줄은 몰랐다. 이름을 걸고서 대중에게 공개되는 글에는 무게감이 있다. 내 글이 아닌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참 곤욕이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내 가치관과 출동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매번 그만둘 생각으로 일 하고 있지만, 그만 두기가 쉽지 않다. 먹고사는 문제는 강력하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돈'때문에 글을 쓴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블로그 글쓰기 아르바이트처럼 기사 1편당 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다. 최저시급도 못 받는다. 


기자라고 하면 진실을 밝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와 또 하나는 이슈 되는 이야기를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터트리고 보고,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후속기사도 내지 않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요즘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실제로 취재를 해서 진실을 밝히고, 품을 팔아서 기사를 쓰는 기사와 책상에 앉아서 광고기사를 쓰는 기사가 동급으로 취급을 받는다. 내가 기자였다면 화났을 것 같다. 


가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분별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해졌다. 스스로를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지키려면 미디어 리터러시를 훈련해야 하며 진짜를 가려내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면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엄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지 모른다.      


2019년 설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설리는 아역배우로 시작해서 걸그룹으로 데뷔하여 다양한 연예활동을 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였다. 설리에 사망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악플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는 JTBC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악플에 대해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누가 그를 극단적 선택까지 몰고 갔을까. 셜리의 죽음 이후 댓글에 대한 여러 정책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악플을 다는 사람도, 고통받는 사람도 존재한다. 


내가 쓴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을 보게 되었다. 읽다가 화가 났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막말을 한다. “이거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거 아니거든!! 너 나 아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것도 신고 가능할까. 그러나 신고할 수 없었다.  


댓글을 보고 싶지 않은데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 생각 없이 지껄이는 말이 내가 아닌데 진짜 그런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결국 댓글에 잡아먹히는 것이다.     


시사예능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악플을 남긴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왜 악플을 달았는지 물었다.

"저는 그냥 장난이었죠. 연예인은 관심과 사랑만 받는 게 아닌 악성 댓글도 받고 견뎌야죠."라고 답했다. 분명 한국말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답답했다.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감당해야 하는 일이란다.


연예인들이 악플 피의자를 신고해 만났는데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회사원까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양심에 가책 없이 언어폭력을 저지르고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라며 어리숙한 사람인척 빠져나가려 한다.


“여보세요!! 댓글로도 사람이 죽는다고요!!” 당신이 쓴 몇 글자로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과한 표현이라고? 아니 절대 과한 표현이 아니다. 칼 들고 직접 사람을 찔러 피를 봐야 살인일까? 정신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진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도 살인이다.

     

악성 댓글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은 SNS를 끊는 것을 선택했다. 무심코 던지는 돌에 맞아 죽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숨어 지내는 거다.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내가 될지 어떻게 알겠나. 나도 악플을 경험하게 될 줄 몰랐다. 물론 간혹 고맙다는 글을 남겨주시는 분도 있었다. 


나는 댓글을 보지 않는다. 살려고 안 본다. 계속 보다가는 이상해질 것 같아서 댓글을 무시하기로 했다. 댓글 조심하자. 쓰는 것도 보는 것도. 댓글이 댓글을 만든다. 나부터 조심해야지. 아무래도 퇴사를 해야겠다. 내가 쓴 글로 무슨 일 일어나기 전에 말이다. 그럼 뭐 해 먹고살지... 


도루마무 도루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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