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는 10년 차 간호사였다가 육아로 경력단절이 되었다가 요즘 다시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언니의 꿈이 간호사인 줄 알았는데 고3 때 원서 쓰러 갔더니 선생님이 "너 동생이 3명이지? 간호학과 가라." 했다고 한다.
언니의 꿈은 돈 많은 남자하고 결혼하는 것이었는데 형부가 첫 데이트 때 주머니에 현금 뭉치를 가지고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형부는 피시방 사장님이었는데 귀찮아서 피시방에 있던 현금을 가지고 나왔던 거라고 한다. 언니는 형부와 만난 지 3개월이 되기도 전에 결혼했다. 나도 형부를 언니 결혼식 때 두 번째 봤는데 그때 형부는 하정우 닮은 것처럼 잘생겨 보였다.
어렸을 때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쳤다. 내가 못하는 걸 언니는 다 잘했다. 그래서 나는 언니한테 좀 치이는 동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언니보다 밥을 잘 먹어서 살이 쪘다. 그러다가 나는 고등학생 때 갑자기 키가 컸다.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서 나는 우리 집 세 자매 중에서 키가 제일 크다. 유일하게 160이 넘는다.
우리 아들이 돌도 안 됐을 무렵 언니에게 단체 카톡이 왔다. 유방암에 걸렸다. 수술받을 거고 항암치료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마트에 가서 뭐 사 왔다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언니가 돈 많은 남자 하고 결혼해서 아들 둘 낳고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있었고, 형부는 그동안 했던 피시방, 옷가게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줄줄이 말아먹었다. 언니는 형부와 시어머니의 칼국수집에서 같이 일을 하다가 병에 걸렸다.
언니는 아빠의 고향 경남 거창으로 이사를 했다. 암환자는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아빠의 모교였던 북상초에 언니의 두 아들이 전학 갔다. 처음에는 형부가 같이 내려왔지만 거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형부는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시골에 혼자 있어야 하는 언니가 걱정이 되어서 여동생과 내가 언니한테 번갈아가며 전화했다. 형부 욕, 시어머니 욕 다 하고 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때부터 언니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언니가 나보다 드라마를 많이 본다. 시청률을 분석하면서 본다. 누가 연기를 잘하고, 누가 발음이 부정확한지 평가하면서. 언니는 장르는 가리지 않지만 의학드라마는 절대 보지 않는다. 스트레스받기 때문에.
언니는 거창에 6년 사는 동안 항암치료 8번, 수술을 2번 받고 완치가 되어 다시 경기도로 이사 갔다. 조카들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키가 많이 컸고 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