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생책 14화

삼촌과 숙모

by Shin Huiseon


삼촌과 숙모의 러브스토리를 한번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원래 삼촌은 무교인데, 숙모를 만났고 숙모가 종교인(일본 불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삼촌은 숙모와 연락을 끊으려고 일주일 동안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삼촌은 일주일 만에 숙모에게 연락해서 다시 만났고 종교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삼촌은 어릴 때 내 이상형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삼촌은 군복을 입고 과자가 가득 담긴 봉투를 양손에 들고 우리 집 밑에 있는 계단 100개를 올라오는 모습이다. 나는 삼촌이 참 좋았다. 삼촌이 거울 앞에서 드라이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던 기억도 있다.

어느 날 삼촌이 숙모를 데리고 우리 집에 인사를 하러 왔다. 삼촌이 결혼한다는 소식은 나에게 슬픈 일이었다. 숙모는 키가 크고 눈도 크고 예뻤다. 숙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고 하고, 손재주가 좋은 편이다. 지금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공모전에 보내면 보내는 만큼 상을 받는다고 한다.

삼촌은 아빠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다. 아빠는 배가 나왔는데, 삼촌은 젊어 보인다. 아빠와 삼촌 사이에 다른 형제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삼촌은 거창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는데,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할 형편이 안 돼서 공장에 취직해서 지금도 계속 일하고 있다.

삼촌이 열한 살 때 고전강독 때문에 학교에서 유독 늦게 마친 날이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삼촌이 집에 올 것을 믿고 여동생을 집에 혼자 두고 고구마밭에 가셨다. 어린 여동생은 삼촌을 기다리다가 할머니를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비가 와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서 죽었다고 한다. 죽은 여동생의 시체를 찾아 마루에 눕혀놓고 인공호흡을 하고 거꾸로 세워서 물을 빼내려고 했다. 결국 정순이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죽고, 그 후 삼촌은 몇 년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숙모에게 정순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었다. 삼촌은 그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문경까지 갔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삼촌이 숙모를 잘 만났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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