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생책 16화

큰아버지와 아빠

by Shin Huiseon


나의 큰아버지는 자폐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는데, 6.25 때 폭탄소리에 놀라서 장애인이 됐다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큰아버지를 학교도 안 보내고 집에서 키웠다고 한다. 그래서 큰아버지는 원래 머리가 똑똑한데 아무것도 못하게 됐다고 한다. 큰아버지는 약간 더듬기는 하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큰아버지의 특이한 점은 식사를 할 때, 숟가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으로만 식사를 하시는데 그래서 주로 국수를 드신다는 것이다. 큰아버지가 하는 일은 박스나 빈병, 가전제품 등 잡동사니를 주우러 다니는 일이다. 그런 것들을 모아서 고물상에 팔고 돈이 좀 모이면 짜장면을 사서 드시는 것이 큰아버지의 유일한 낙이었다.

IMF 때 아빠가 하던 사업이 망했다.(내가 중2 때) 우리 식구는 할아버지, 큰아버지까지 원래 여덟 명이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일곱 명이 됐을 때였다. 아빠는 친구 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어느 날 아빠는 큰아버지를 데리고 같이 일하러 갔다. 일하는 건물 옥상에 전깃줄이 막 어질러있어서 큰아버지가 넘어질까 봐 아빠가 전깃줄을 정리하다가 감전사고가 났다.(내가 고2 때) 아빠는 사고가 날 때 엄마 생각이 났다고 했다.(아빠는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여자 문제가 복잡했다. 큰아버지보다 키도 작고 못생겼는데 여자가 따르는 스타일이었다)


감전사고는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아빠는 살아났다. 아빠 몸속으로 들어간 불똥이 아빠 다리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아빠는 1년 동안 병원생활을 했다. 내가 볼 때 아빠는 일하는 것보다 병원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산재사고) 내가 되게 싫어했던 아빠의 여자친구(아줌마)가 아빠 병간호를 해주었다. 나는 그 아줌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줌마는 말이 많고 좀 푼수였다. 그래도 내가 항상 예쁘다고 말해줬다.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고3 때 아빠는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장애인이 되었다. 아빠는 의족을 끼고 컴퓨터를 배우러 다니고, 운전도 하신다. 나에게 유일하게 예쁘다고 말해줬던 아줌마는 늘 다이어트를 했는데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 몸무게가 45킬로그램이었다고 아빠가 그랬다.


큰아버지는 코로나 때 갑자기 돌아가셨다. 코로나 때라 친척들도 별로 오지 않았고 식구들끼리 조용하게 장례식을 치렀다. 근데 우리 집은 식구들만 모여도 사람이 많아서 그렇게 조용하지도 않았다. 큰아버지에게는 친구 한 명 없었다. 그때는 큰아버지가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큰아버지가 아무런 짐도 되지 않고 화장실에서 돌아가신 일에 대해 가끔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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