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쉽지는 않았다.
나는 5년 전쯤 첫 회사에 취직 해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짧다면 짧은 5년 동안 나는 이직을 두 번이나 하였고 현재 회사는 세 번째 직장이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감히 인생 회사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내겐 회사를 선택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사람들(인간관계), 회사의 성장성, 회사 내에서 나의 커리어 발전 가능성, 문화, 베네핏(연봉, 스톡옵션 등등)의 것들이다. 현 회사는 이 모든 영역에서 적어도 A는 된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기에 내겐 인생 회사다. 이제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지 않으며, 나를 고용해준 회사에 매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동료들과 더 잘 어울리고 싶고, 회사가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를 하고 싶고, 나 또한 함께 같이 성장하고 싶으며, 이 곳에 최대한 오래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이 정도로 회사에 만족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에 더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꾸준히 이직을 시도해 온 것이 굉장히 옳은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인생 회사를 찾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대학생, 취준생일 때는 일에 있어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몰랐다. 대학 다니면서는 외국어 공부만 열심히 하였고, 호기심이 많아서 많은 곳을 여행해보고 교환학생을 4번이나 갔다 오면서 이곳저곳에서 살아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생으로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즐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썼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먹고살지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책상에 앉아서 고민을 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공무원, 자격증 등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면서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왜 저런 진지한 열정이 없는가 스스로를 자책해보기도 하였다. 물론 덩달아 나도 얼른 저런 걸 시작해야 하나 조바심이 들기도 하였지만 왠지 모르게 청춘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도 시작을 못.. 아니 안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은 한 번도 일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모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그 당시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했던 친구들 또한 정답을 알고서 준비한다기보다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장 우선 할 수 있는 거라도 시작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음식을 먹어보고 나서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많은 일을 경험해봐야지만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같은 이치로 그 당시 우리가 무슨 일을 좋아할지 모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튼 졸업할 때쯤 이제는 취업을 해야 한다 길래 부랴부랴 이곳저곳 지원하기 시작했고, 100군데 이상 무작정 지원을 했지만 당연히 광탈하였다. 실패 후, 무작정 지원하지 않고 내가 어떤 회사를 다니기를 원하는지 다시 한번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고 아래는 당시에 내가 적었던 노트이다.
이 기준을 가지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지원한 결과 정말 운이 좋게 TESLA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테슬라에서 기술 영업직을 하면서는 계속 새로운 사람을 상대했고, 외국인이 북적거렸고, 외국어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쓸 수 있는 환경에 놓였다. 직무는 나의 성향에 잘 맞았고 미래 지향적인 산업이라는 것도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아이디어도 좋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내가 원했던 부분을 충족시키며 2년 동안 만족스럽게 다녔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해외를 밥 먹듯이 갔으면 > 딱히 해외에 나갈 일이 없었으며, 해외 근무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확률이 굉장히 낮아 보였다.
자동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 아무리 미래지향 적인 회사라지만 테슬라도 결국 자동차 회사였다. 차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어야 했고, 경쟁사들 제품에 대해서도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만 했다. 나는 차에는 1도 관심이 없었고, 차는 안전하고 네 바퀴만 잘 굴러가면 된다는 주의이다. 차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동료들을 지켜보면서 나와 관심사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내가 관심이 없는 산업에 대해서 공부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다만 테슬라에 다니면서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가장 핫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접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나의 업무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하면서 그들의 산업 구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자동차 산업은 공장 생산부터 Delivery 그리고 서비스까지 수많은 많은 과정을 거쳐 판매가 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필요로 했다. 반대로 소프트웨어 산업은 자동차 산업처럼 생산하고 제품을 배달하는 과정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열심히 팔면 되기에 자동차 산업에 비해 굉장히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야 왜 유수의 많은 소프트웨어 산업들이 ‘부자’ 회사가 될 수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IT 회사들이 ‘다음 세상은 과연 어떻게 바꿀까?’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고, 어떤 기술과 기업이 뜨고 있는지 늘 궁금해했다. 그렇게 다음 회사는 무조건 ‘IT 산업’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슬라를 그만두고 해외 취업을 하기 위해 무작정 싱가포르로 왔다. 두 번째 직장을 찾을 때 나의 기준은 그냥 무조건 ‘ IT기업’이었다. 그 당시에는 IT 기업이라는 범주 안에 얼마나 다양한 산업군이 존재하는지 몰랐었고 우선 어디든 나를 고용해주는 곳에 발을 들이는 것이 중요했었다. 그렇게 S******라고 하는 IT기업이기는 하나 Martech라 불리는 마케팅에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취직을 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원하던 IT기업이었고, 싱가포르 취업의 꿈을 이뤄준 회사이니 그 자체로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남아시아 및 한국의 고객들을 관리하고 그 고객들이 우리 소프트웨어 제품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했다. 회사 전체에서 한국인이 나 혼자 뿐이었고, 대부분 95%의 업무는 영어로 진행이 되었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외국어를 마음껏 쓸 수 있는 환경에 왔구나 하고 기뻤지만 그 기쁨은 첫날에 사라졌다. 그 당시 내가 할 줄 알았던 영어는 단순히 친구들이랑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준밖에 안되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비즈니스 이메일을 쓰고, 미팅을 하고 계약까지 진행하는 것은 정말 어나더 레벨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도 매일매일 영어와 씨름을 하며 서바이벌처럼 어떻게든 버텼고, 뒤돌아보니 그렇게 1년 반 동안 나도 모르게 영어가 많이 늘어나 있었다. 동시에 막상 IT 기업에 들어오고 나니 IT에도 굉장히 많은 분야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에 종속되어 차별화가 힘든 Marketing에 관한 소프트웨어보다는 다양한 회사 비즈니스를 도울 수 있는 핵심적이고 중요한 빅데이터를 다루는 곳이 가고 싶어 졌다. 즉 모든 것을 연결하며 중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어로는 Mission Critical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Wish에 맞춰 두 번째 회사를 다니는 와중에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 위주로 다시 찾아보고 지원하는 작업들을 했다.
그렇게 찾게 된 세 번째 직장은 각 비즈니스에 핵심 중추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앞으로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과 힘이 있고, 무엇보다도 마침내 내가 스스로 계속 공부를 하고 싶은 분야이다. 나는 세 번째 직장에 오고 나서야 회사를 선택함에 있어서 ‘회사에 성장 가능성’ 거기에 더불어서 ‘내가 계속 함께 성장하고 싶은 분야’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직무는 사실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직무는 커리어를 쌓으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며 회사 성장 가능성만 있다면 여기서 어떤 업무를 맡든 그냥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의 베네핏 중 ‘스탁 옵션’을 주는 것이 나의 Motivation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톡옵션을 받으니 주인의식이 절로 생겼고, 단순히 나의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라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한국 기업들에서 지원자들에게 ‘주인 의식을 가져라’고 외칠 때 속으로 ‘내 회사도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지나’ 하고 아니꼽게 생각했었는데, 이 문제의 간단한 해결책은 결국 ‘스톡옵션’이었다. 주인의식을 갖게 해 주려면 ‘주인의 대우’가 주어져야 했던 것이다. 나는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고,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해나가며 앞으로 이 회사에서 펼쳐질 미래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직을 여러 번 시도하지 않았다면 ‘인생 직장’에 다니는 기분을 모를 뻔했다는 생각에 아찔하기도 하다.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불안함을 느꼈지만 이직을 시도해온 나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가끔 직장 다니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회사를 다니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지만 꾸역꾸역 꾸준히 다니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런 친구들에게 보통 나는 이직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렇게 충고를 해주면 ‘취직하기가 요새 얼마나 힘든데’ ‘내가 이 회사에 얼마나 힘들게 들어왔는데’ ‘이 정도도 감지덕지지’라는 답변을 듣게 된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슬프지만 취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 우리들에게 이렇게 합리화를 할 수 있도록 변명 거리를 잘 제공해준 것이다. 하지만 꾸역꾸역 다닐 수밖에 없는 직장에 계속 나가는 것은 ‘이 정도도 감지덕지지’라고 합리화를 끊임없이 하게 하며 인생에서 정말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게 만드는 일이 된다. 인생 직장을 찾게 되면 그런 불필요한 에너지들을 ‘나의 성장’이라는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가 있다. 나의 성장은 곧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런 생산적인 사이클을 경험함으로써 일을 통해서 기쁨을 얻게 된다. 나는 여러분들이 어느 돈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을 때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좀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곳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런 곳이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이직의 과정을 통해 깨달은 진리가 있다. '시도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시도를 해보고 후회를 하는 편이 백배는 낫다는 것' 여러분의 이직에 행운을 빌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과정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