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팅을 마치고 삼삼오오 밥을 먹으러 순대 국밥집에 들어섰다.
"어떻게 지냈어요? 아이들 방학이라 힘들었죠."
자리에 앉는 후 메뉴를 정하고 내가 건넨 말이었다.
"잠깐만요....."
갑자기 그녀는 테이블 옆 서랍을 열고 냅킨을 꺼낸다. 그녀의 목덜미는 발개져 오고 눈에는 눈물을 맺혀 있었다.
"아......"
아차. 머릿속에서 윙 바람 소리가 났다.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나는 그저 인사로 건넨 말이었는데..
"미안해요. 난 그냥.."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그녀는 숨죽여 울었다.
"아니에요. 갑자기 훅 뭔가 올라와서.."
그녀는 괜찮다며 되려 나를 안심시켰다.
어느 날 마음에 버거운 짐이 켜켜이 쌓이고 한계치에 도달하면, 조금만 건드려져도 왈칵 쏟아진다.
생각해 보니 예전의 나는 자주 울었다.
세상 속에 혼자인 것만 같은 느낌은, 동료들 속에서도 가족들 곁에 있어도 지울 수 없었다. 혼자만의 시간 동안 겹겹이 쌓아 올린 슬픔과 헤어 나올 수 없다고 느껴졌던 관계의 늪은 내면에 깊은 아픔이 되어 똬리를 틀었다.
지극히 내향형 인간인 나는, 답답함이 극에 달하면 밤새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평소 외면하던 신을 찾아 매달리며 기도했다. 그러고는 시원해질 때까지 한참을 울었다. 이 내밀한 의식은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녘, 어린 딸아이도 남편도 모르게 혼자서 치렀다.
개인의 상처는 모두 다른 모습이며 주관적이기에, 타인의 위로가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진 않는다. 결국은 홀로 직면하고 아픔을 충분히 애도하고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마주했을 때 가만히 기다리는 것 말고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다.
그녀의 아픔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그녀가 맘껏 슬퍼할 동안 곁에서 지켜주는 것뿐이다.
눈물을 멈추고 나서 그녀가 한 이야기들은 그동안의 고단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차려진 밥을 몇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그 슬픔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지금까지 그 모든 걸 이렇게 잘 감당해 온 걸 보면, 당신은 참 강인한 사람이에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해낼 거라는 걸 알아요."
지난 세월 내가 건너온 상처와 그녀가 직면한 아픔은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믿는다. 어찌 보면 나는 대책 없는 낙관론자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것이 오롯한 나의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