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림
사랑하는 아들 도미니코 사비오,
장조림은 아빠가 딱 네 나이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해 실패한 요리의 두번째 란다.
문득 짭조름한 계란장조림이 먹고 싶어서 간장에 삶은 계란을 넣고 무작정 끓였는데, 계란이 쉽게 갈색으로 물들지 않더라고, 그래서 오래 끓여야 하나보다 하고, 슈퍼에 다녀왔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탄 내 난다고 얼른 불끄라고 하시더라. 첫 장조림은 망했지.
장조림은 그냥 간장만으로 하지 않고 육수를 내서 한단다.
간장과 물을 3:2 정도 비율로 끓이는데 다시마를 넣어서 풍미가 나게 하고 통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어서 칼칼함도 함께 만들어내지.
물론 간장도 양조간장과 조선간장을 3:2 정도 비율로 섞으면 맛이 더 좋단다. 짜기만 해서는 안되니 설탕 한 스푼 듬뿍 넣는 것도 잊지 말거라.
삶은 계란을 넣고 약한불에 20분 정도 두면 연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불을 꺼도 간장육수는 계속 스며드니 끓여서 진한 갈색의 장조림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아도 된단다.
음식을 할 때 육수를 내는 일이 많은데, 파뿌리, 다시마, 미역, 멸치, 새우, 조개, 소고기,.... 참 많은 재료들이 쓰일 수 있고, 재료가 많이 들어갈 수록 풍미는 깊고 넓어진단다.
농사를 짓고,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마을 사람들과 공부하고 토론을 하며 성장한 젊은 청년과 부모가 정해준 대학교와 학과에서 앞만 보고 달린 청년은 같은 나이라 해도 풍기는 맛이 다르겠지.
네가 인내 속에 경험한 수 많은 젊음의 날들이 마치 잘 우려 낸 육수처럼 앞으로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너를 돋보이게 할 것이다.
현재의 삶이 앞으로 내게 무슨 이득이 될까 의혹에 빠지지 말고 정진하렴.
사랑하는 아빠가.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