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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얼게 만든 말들 차가운 말에 멈춘 마음....

by 루하

“그걸 왜 그렇게밖에 못 해?”
“넌 왜 자꾸 덜렁거리니?”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

그 한마디가 아직도 내 가슴을 얼게 한다. 어린 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눈은 크게 뜨였지만 몸과 마음은 그대로 굳었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차가운 말은 얼음처럼 마음을 멈추게 한다.


어릴 적, 누군가의 말은 곧 진실이었다. 짧고 가벼운 한마디도 내 안에서는 ‘나는 틀린 아이야’라는 문장으로 굳어졌다. 처음엔 작은 바늘 같던 말들이 시간이 지나 얼음송곳처럼 자라났다. 그래서 나는 점점 조용해졌다. 손을 들고 싶어도,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도, 틀릴까 봐, 실수할까 봐 삼켰다. 그것은 성격이 아니라, 배운 반응이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 아이가 내 마음을 더 선명하게 했다.
“저, 예전에 그림 대회에서 상 받았는데… 엄마가 ‘그림 그리느라 공부 못했잖아’라고 해서 그다음부터 그림 안 그려요.”
아이의 눈빛은 잔뜩 움츠러든 상태였다. 아무도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스스로 마음을 닫았다. 단 한 마디의 말이 한 사람의 세계를 얼려버렸다.


말은 그렇게 오래간다. 때로는 휘발되지만, 때로는 깊숙이 박혀 평생을 흔든다. 어린 시절 들었던 차가운 문장들은 내 마음속 낙서처럼 붙어 있었다.
“실수하면 안 돼.”
“기분 나빠도 내색하지 마.”
“너무 드러내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것들은 내가 배운 말일 뿐, 더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 문장이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려면 새로운 말을 건네야 한다.

“괜찮아, 실수해도 돼.”
“네 마음, 충분히 이해돼.”
“지금의 너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다. 마치 누가 들을까봐 숨기고 싶은 고백 같았다. 하지만 반복할수록 마음 한 켠이 조금씩 녹았다. 꽁꽁 얼었던 강 위로 해가 비치듯, 차갑던 마음은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내 안의 어린 나에게 다정하게 속삭인다.
“그땐 몰랐지만, 넌 정말 애썼어.”
“지금도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말에는 온도가 있다. 차가운 말 대신 따뜻한 말을 선택하는 연습. 그것이 얼어 있던 마음을 흐르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 안내

이 글은 출간 예정인 『관계의 온도』 일부 내용입니다.

앞으로도 관계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 그리고 따뜻한 말의 힘에 대해 나누겠습니다.


❗ 요약 정리

말은 온도를 가진다. 차가운 말은 마음을 얼리고, 따뜻한 말은 마음을 녹인다.

어린 시절 들은 짧은 말들이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냥 한 말”이 평생을 지배하는 문장이 되기도 한다.

내 안의 부정적 문장은 사실 누군가에게 배운 말일 뿐이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연습이 필요하다.

따뜻한 말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얼음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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