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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을 얼려버린 말, 다시 따뜻해진 순간

타인의 기대 속에서 잃었던 목소리, 딸과 함께 다시 찾다

by 루하

수진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자신의 감정보다 부모님의 말을 더 크게 들으며 자랐다.
“남들 기대에 맞춰 살아야 한다.”
그 말은 오랫동안 수진의 마음속에 법칙처럼 새겨졌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고 다른 사람의 기대만 따랐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늘 두렵고 불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의 작은 목소리는 점점 사라졌다. 대신 불안과 우울이 그 자리를 채웠다.

상담사로 일하면서도 수진은 자신을 자책했다.


“나는 상담사인데, 나조차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다니.”
자기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는 점점 더 외롭고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태어났다.
딸을 키우며 수진은 처음으로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법을 배워갔다. 아이를 사랑하는 경험은 곧 자신에게도 필요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딸과의 대화는 수진의 마음을 열었다.
아이의 눈을 보며 그는 깨달았다.
사랑은 타인의 기대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부터 수진은 자신과 화해하기 시작했다. 억눌렀던 감정이 조금씩 풀려나왔다. 아이와 함께 웃고 울면서, 그는 스스로 치유되기를 바랐다.

수진은 작은 도전을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일.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때로는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수진과 자신이 만나는 대화였다.
그 대화 속에서 그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따뜻해졌다.

수진은 이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타인의 기대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관계의 온도를 맞추는 일이었다.


관계는 타인과의 연결만이 아니다.
나 자신과의 연결이 먼저다.
그리고 그 연결을 통해, 비로소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수진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성장담을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종종 자신을 잃어버리지만, 다시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얼어 있던 마음은 따뜻하게 녹아 흐르기 시작한다.


� 안내
� 이 글은 출간 예정인 『관계의 온도』의 한 챕터를 담고 있습니다.

❗ 요약 정리 (브런치 스타일)

타인의 기대 속에서 자라면, 내 감정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기 쉽다.

말은 오래 남아 마음의 법칙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따뜻한 관계 경험은 스스로를 회복하게 만든다.

아이와의 만남처럼, 사랑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

관계의 온도를 맞춘다는 건 곧, 자신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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