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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더는 싸우고 싶지 않다”

중년의 고집과 굳은살 같은 마음

by 루하

저녁 식탁에서 또다시 작은 말다툼이 시작됐다.
별것 아닌 문제였다.
나는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말했을 뿐인데,
상대는 곧장 반박을 던졌다.
그리고 익숙한 패턴이 이어졌다.
서로의 말은 닿지 않고, 각자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시간.



한때는 끝까지 내 뜻을 설명하려 애썼다.
“그래도 내 말이 맞잖아.”
“당신도 알잖아.”
하지만 이제는 다투는 에너지가 아깝다.



이해시키려는 마음보다,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중년이 되면서 더 단단해진 건 마음이 아니라 고집이다.
마치 오래된 상처 위에 굳은살처럼,
어떤 말도, 어떤 시도도 쉽게 스며들지 못한다.
결국 이 싸움은 이기지도 지지도 않은 채,
피로만 남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관계를 끝내는 것도 어쩌면 용기가 아닐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붙잡고 있지만,
이 따뜻해야 할 관계가 때로는 너무 뜨겁고,
때로는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나는 그 사이에서 흔들린다.



싸우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외면하기엔 너무 가까운 관계.
이 모순된 감정 속에서
오늘도 또다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어떻게 이 관계를 살아낼 것인가.”



� 안내
이 글은 『관계의 온도』 원고 중 일부입니다.


❗ 요약 정리 (브런치 스타일)

가까운 관계일수록 다툼은 반복된다.

중년의 관계는 고집이 굳은살처럼 단단해진다.

이 싸움은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때로는 끝내는 것조차, 나를 위한 용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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