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관계 이전에 나를 아는 시간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는 따뜻한 주황빛 같고,
거리를 두고 싶을 땐 차가운 회색빛으로 번진다.
문제는 그 색이 상대방에 의해만 결정될 때다.
그 순간, 나는 내 색을 잃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경계를 잘 쳐야 관계가 건강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떻게 경계를 그릴 수 있을까?’
경계는 기술이 아니다.
경계는 자기 인식의 결과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지치며, 무엇이 나를 회복시키는지 알 때 비로소 경계는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나 역시 오랫동안 타인의 눈치를 보며
‘착한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내 경계를 지우고 살았다.
그러다 지쳐버린 어느 날,
혼자 카페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깨달았다. “아, 이 고요가 나를 살리는 거구나.” 그때서야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상담실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말, 위로 같은 시간. 하지만 정말 관계를 살리는 건
상대의 온기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 솔직해지는 일이었다. 내가 나에게 솔직해질 때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다가설지, 멈출지, 혹은 물러설지를 정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나만의 색을 지켜주는 힘이 된다.
오늘로 『관계의 온도』 10회기 기록을 마친다. 내가 배운 건 단순하다.
관계의 출발점은 언제나 ‘나와 나의 관계’라는 것.
내 색을 알고, 그 색으로 나를 지키는 것.
그때 비로소, 다른 사람과의 색이 만나
새로운 풍경이 탄생한다.
이 글은 『관계의 온도』 원고 중 일부입니다.
경계, 자기 돌봄,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살아내는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