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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은....어려운 가족이다.

by 루하

결혼 후 처음 맞이한 큰일은 시댁에 이바지 음식을 해 가는 일이었다.
나는 당연히 ‘함께 나누는 자리’라 믿었다.
작은 음식이라도 내 손을 보태고,
그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날의 풍경은 달랐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은 말 한마디 고맙다는 인사 없이
형님네 쪽으로 모두 옮겨졌다.


축의금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듯 흘러가 버렸고, 나는 그 자리에 투명인처럼 서 있었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얼어붙었다.

“내가 기대한 방식은, 여기엔 없는 건가.”


명절이 되면 그 낯선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부엌 한편에서 음식 냄새가 가득한데,
형님은 조용히 제 할 일만 했다.
나는 다가가 “제가 도와드릴까요?”라 물었지만,
대답은 고개만 끄덕이는 정도였다.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거실에서는 아이들이 제각기 놀았고,
나는 그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 다가갔지만,
어색한 눈빛만이 오갔다.
“숙모, 같이 놀아요”라는 한마디를 기대했지만,
그 호칭은 끝내 내게 오지 않았다.


나는 결혼 후 단 한 번도 ‘숙모’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는 것은,
존재 자체가 관계 속에서 자리 잡지 못한다는 뜻 같았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도
굳이 ‘큰엄마, 큰아빠’라 부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오지 않았던 호칭을,
내 아이의 입에서 억지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배려 없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서운했고, 불쾌했고, 상처도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단순히 다른 문화와 관계의 색깔일 뿐이라고.

관계는 따뜻하기만 한 것도, 차갑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어떤 날은 뜨겁게 부딪치고,
어떤 날은 시리도록 차갑게 스쳐간다.


결국 중요한 건,
그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내 마음의 온도를 지켜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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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관계의 온도』 원고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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