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친구와 그 엄마 사이, 어디까지 품어야 할까요?
그 엄마를 뒷담화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너무 복잡한 마음이 들어서요.
저는 외동아이를 키워요.
그래서 키즈카페나 도서관에 가면
“같이 놀자”, “같이 책 보자” 하는 아이들이 꼭 있어요.
처음엔 그저 반가웠어요.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고,
나도 따뜻한 어른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이 놀아주고, 책을 읽어줬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패턴이 생겼어요.
그 아이의 엄마는 다른 자녀를 돌보거나,
휴대폰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저는 내 아이와 보내려던 시간에
그 아이까지 챙기게 되는 거예요.
가끔은 괜찮아요.
하지만 한 번 그 ‘길’을 열고 나니
그 아이는 매번 “이모, 나도 해주세요”라며 당연하게 요구하고,
저는 또 거절하기 어려워져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나는 언제부터 내 시간을 내주고 있었을까?”
그래서 요즘은 용기 내서 말해요.
“오늘은 우리 아이랑만 놀고 싶어.”
그러면 그 아이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지고,
그걸 보는 나는 또 죄책감이 올라옵니다.
정작 그 엄마는 아무렇지 않거나,
오히려 아이에게 “너 때문에 왜 그래”라며 퉁명스럽게 말해요.
그럴 때면 혼자 속으로 중얼거려요.
“그 부모는 왜 저럴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면 현명할까?”
그 부모를 가르칠 수도 없고,
모른 척하기도 어렵고,
결국 남는 건 ‘착하고 싶은데, 지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이에요.
엄마, 그 마음 너무 잘 알아요. ‘호의’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의무’가 되어버린 상황이죠.
이건 단순히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양육 경계(Boundary)의 문제예요.
외동아이를 둔 부모들은 종종 이런 죄책감을 느껴요.
“내 아이가 외로울까 봐, 친구를 챙겨줘야지.”
“다른 아이를 도와주는 게 좋은 일이지.”
그런데 그 선이 무너지면, 아이에게 ‘관계의 건강한 거리감’을 가르치기 어려워져요.
엄마가 아이와 보내려는 시간을 지키는 건
‘이기심’이 아니라 가정의 리듬을 지키는 선택이에요.
그리고 “오늘은 우리끼리 놀고 싶어”라고 말하는 건
타인을 거절하는 훈련이 아니라, 관계를 질서 있게 유지하는 지혜로운 태도예요.
1. 거절의 문장을 미리 준비하기
즉흥적으로 대응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예를 들어 이렇게요.
“오늘은 우리끼리만 놀아볼게요.”
“지금은 우리 아이랑 약속한 시간이야.”
“이따가 같이 놀 수 있으면 좋겠다.”
이건 차가운 말이 아니라, 관계를 ‘정리정돈’하는 문장이에요.
2. 아이에게 ‘관계의 균형’을 가르치기
아이에게도 말해주세요.
“친구랑 노는 건 좋지만, 우리도 둘만의 시간이 필요해.”
“네가 불편하면 ‘지금은 싫어’라고 말해도 괜찮아.”
아이에게 ‘거절해도 되는 관계’를 경험시키는 건,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학습이에요.
3. 엄마의 죄책감 다루기
그 아이가 시무룩해져도 괜찮아요.
그건 그 아이의 감정 경험이에요.
엄마가 다 책임지려 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아이가 배워야 할 건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는 삶의 균형이에요.
4. 반복되는 관계는 ‘패턴’을 바꾸기
매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만나는 장소나 시간대를 바꿔보세요.
“이번엔 도서관 말고, 조용히 둘이서 카페 가자”처럼요.
패턴을 바꾸면 관계의 흐름도 달라집니다.
5.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가지기
이런 관계는 생각보다 피로가 커요.
“나 너무 예민한가?”가 아니라
“나는 내 아이와의 시간을 지키고 싶다”는 건강한 마음이에요.
그 마음을 인정하고, 글로 써보거나 혼자 정리하는 시간도 꼭 필요합니다.
엄마, 지금의 혼란은 착해서 생긴 감정이에요.
남을 배려하고,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같은 자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다 보면 정작 내 아이에게 지친 엄마가 됩니다.
그래서 ‘착한 엄마’보다 ‘지혜로운 엄마’가 되는 게 더 중요해요.
지혜로운 엄마는 ‘모두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압니다.
그건 냉정함이 아니라, 진짜 따뜻함이에요.
오늘 엄마가 선택한 한마디,
“오늘은 우리 아이랑만 놀게요.”
이건 이기적인 말이 아니라, 아이에게 ‘건강한 경계’를 보여주는 가장 성숙한 교육이에요.
엄마, 지금처럼만 하세요.
지금 충분히, 그리고 아주 잘하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