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가 너무 말을 안 들어요.”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그녀가 말했다.
“아침마다 전쟁이에요. 입 닦으랬더니 갑자기 인생 얘기를 시작해요.
지금 7살인데, 벌써 사춘기 온 거 아니에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익숙한 장면. 익숙한 말투.
엄마들이 상담실 문을 열며 제일 많이 하는 말 1위.
“얘가 문제예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그래서 정말 얘 때문일까?” 라는 질문부터 떠오른다.
상담실은 대부분 ‘얘기 좀 들어주세요’ 하며 앉지만,
정작 진짜 이야기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뜸을 들인 뒤에야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날도 그랬다.
잠시 침묵. 그리고 조용히 꺼낸 말.
“어제 애가 그랬어요.
‘엄마는 나랑 있으면 안 행복해 보여’라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이 사람이 오늘 왜 여기에 왔는지 알 것 같았다.
표면적으로는 ‘애 문제’였지만, 그 말 안에는 이런 마음이 숨어 있었다.
“나... 진짜 괜찮은 엄마 맞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걸
‘사회적 대화’와 ‘심리적 메시지’라고 부른다.
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애가 말을 안 들어요.” 그런데 마음속 진짜 말은 이렇다.
“나 왜 이렇게 지치고 외로운지 모르겠어요.”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뭐가 좋으냐고?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하다.
누군가를 탓하며 싸우던 문제에서, 내 마음을 돌보는 일로 질문이 바뀐다.
“얘만 좀 바뀌면 좋겠어요”에서
“내가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이해하고 싶어요”가 되면, 내가 덜 상처받는다. 내가 덜 버거워진다.
결국 아이 문제는 언제나 내 문제와 맞닿아 있다.
아이의 말과 표정, 행동은 때로 내 안에 있던 오래된 감정을 자극한다.
그건 어쩌면 내 안의 '작은 나'가 보내는 신호다.
“나도 그때, 그렇게 외로웠어.”
“엄마가 나랑 있을 때, 정말 행복했을까?”
상담실에 처음 들어왔을 땐
“애 때문에 왔어요”라고 말했던 그녀.
돌아갈 땐 이렇게 말했다.
“근데... 진짜는 나 때문이었네요.”
그리고 나는 오늘도 확인한다.
상담은 마음속 ‘진짜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고, 그 시작은 늘,
“말보다 눈빛이 먼저 말해주는 순간”이라는 걸.
내일은, 그 눈빛 속에 조용히 숨어 있던 어린 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 아이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말없이 묻고 있을지 모른다.
“엄마는 나랑 있을 때... 정말 행복해?”
이 글을 읽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면,
지금 당신의 마음에도 작은 신호가 깜빡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아이를 통해, 지금의 ‘나’를 만나는 시간.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된 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