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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도 어렵고, 안 하는 것도 어려운 관계 앞에서

엄마의 망설임과 아이의 바람 사이에서

by 루하

놀이터 한쪽에 서 있는 엄마는 늘 같은 고민을 한다.
다른 엄마들이 다정하게 인사를 주고받을 때, 그녀는 그 사이에서 멈칫한다.
아는 척을 해야 하나, 그냥 모른 척해야 하나.
둘 다 불편해 결국 대화를 피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사실 그녀는 관계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다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뿐이다.
어색한 첫마디, 억지로 웃는 표정이 두려워서 차라리 거리를 두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가 “생일잔치 하고 싶어”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마음은 복잡해진다.
‘나는 이렇게 관계를 피해도 괜찮지만,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길 바란다’는 모순이 그녀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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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담화 상담소의 답 ✦

관계 앞에서 멈칫하는 건 ‘성격 탓’이 아니다.
많은 엄마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다만 어떤 이는 먼저 말을 건네고, 또 다른 이는 침묵을 선택할 뿐이다. 중요한 건 “관계의 양이 아니라, 관계의 질”이다.

엄마가 모든 모임에 끼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아이가 원하는 몇 명의 친구와는 연결될 수 있도록, 작은 다리만 놓아주면 충분하다.


✔ 현실 팁

아이 중심 대화 : “○○랑 ○○가 자주 노네요. 우리 아이가 집에서 자꾸 얘기하더라고요.” → 아이 이야기를 꺼내면 어색함이 줄어든다.

가벼운 관계도 괜찮다 : 깊은 친밀이 아니라, ‘안부를 주고받는 정도’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편안하다.

엄마의 선택 존중하기 : 모든 모임을 피한다고 해서 아이의 사회성이 막히지 않는다. 아이는 놀이터와 교실, 또래 안에서 이미 자기만의 관계를 배운다.


엄마가 서툴다고 해서 아이의 길까지 막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아이는 엄마의 망설임 속에서도 ‘나는 더 잘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그 선택이 틀렸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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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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