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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천재일 줄 알았는데… 느린 학습자라고요?

기대가 무너진 자리에서, 아이의 진짜 속도를 발견하기

by 루하

아이는 어릴 때 참 빨랐다.
또래보다 말을 빨리 떼었고, 질문도 쉴 틈 없이 던졌다.
부모 마음에는 자연스레 기대가 싹텄다.
“혹시… 우리 아이는 남다른 건 아닐까?”
친척들도 “머리가 좋다”는 말을 자주 했고, 그럴 때마다 뿌듯함이 배가됐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간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친구들과 자꾸 부딪히고, 선생님은 아이의 이해 속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원에서는 따라가기 버거워했다.
언젠가부터 부모의 마음속에는 혼란이 자리 잡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너무 아이를 잘못 본 걸까?’
천재라 믿었던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부모는 아이보다 먼저 흔들린다.


✦ 뒷담화 상담소의 답 ✦

사실 이런 혼란은 드문 일이 아니다.
발달은 분야마다 속도가 다르게 자라난다.
언어가 빠르다고 학습도 빠른 건 아니고, 호기심이 많다고 이해가 깊은 건 아니다.
부모는 빠른 부분만 보고 ‘전반적으로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기 쉽다.

“느린 학습자”라는 말은 아이에게 도장을 찍는 낙인이 아니다.
그저 발달 속도가 고르게 자라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일부 영역에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그 시간 동안은 아이를 기다려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부모가 충격을 받는 건 아이가 아니라,
사실은 내가 믿었던 ‘환상’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꿈이 깨질 때, 상실감은 크다.
하지만 그 순간은 아이의 진짜 모습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 현실 대처 팁

비교 대신 기록하기
다른 아이와의 차이를 세는 대신, 어제보다 오늘 아이가 해낸 걸 기록해보자.
“어제는 문제를 끝까지 못 풀었는데, 오늘은 반은 풀었네” 같은 작은 성취가 부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협력적 태도 갖기
선생님이나 학원과의 대화는 ‘문제’만이 아니라 ‘강점’을 함께 묻는 자리여야 한다.
“이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였는지요?”라는 질문은 아이의 자존감을 살리는 길이다.


느림의 장점 찾아보기
빠르지 않은 아이는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관찰력이 깊고, 천천히 쌓아올리는 힘이 있다.
그건 사회에 나가서도 큰 장점이 된다.

부모가 가장 힘든 순간은, 내가 생각했던 아이와 눈앞의 아이가 다를 때다.
마치 꿈꾸던 미래가 무너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부모의 시선만 기다리고 있다.
“괜찮아, 네 속도로 가도 돼.”
이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발판이 된다.


부모가 기대를 내려놓을 때, 아이는 비로소 자기만의 속도를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천재라는 환상은 무너졌을지 몰라도,
그 빈자리에 아이의 진짜 얼굴이 나타난다.
그 얼굴을 사랑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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