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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Jun 15. 2024

UN 직원 범주와 진출 경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UN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문직(P)과 고위직(D)으로 구성된 핵심 직군, 핵심 직군과 비슷한 역량이 요구되고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사무소가 위치한 소재지의 국민만이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채용직(NO), 그리고 이들을 보조하여 주로 행정적인 일을 수행하는 일반 기능직(G)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외에도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한시적 컨설턴트를 용하거나 UNV(유엔봉사단) 단원 모집하기도 합니다.

  


계약형태는 과거에는 영구직 채용이 많았지만, 현재는 1~2년 미만의 기간제 채용이 대다수입니다.


예전에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분들을 흔히 '국제기구 공무원(International Civil Servant)'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제는 직업적인 안정성 면에서 공무원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네요.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핵심직군의 경우 실무직원(P)과 관리직(D)으로 구분되고, 숫자가 커질수록 직급도 올라가고 그에 맞춰 필요한 경력 년수도 늘어나게 됩니다. P1을 시작으로 P5까지 올라가고 나면, 다음이 D1과 D2 직급인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 나와있는 표는 대학원(대학교만 졸업한 경우 경력 추가 2년+) 졸업 후의 최소 연한만 표시된 것이라는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가령 P3의 경우 대학원을 졸업하고 5년의 경력만 있어도 지원은 가능하지만, 국제기구는 극소수의 자리를 놓고 전 세계인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원 졸업 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분들이 P3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국내 채용직과 일반 기능직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럼 이제 UN의 직급 체계에 대한 이해를 하셨으니, 어떤 경로를 통해 UN 직원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경로는 아래 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인턴십, JPO, UNV, YPP, 그리고 공석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이번 장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학 및 대학원 졸업 후 경력을 쌓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는 인턴십, JPO, YPP, 그리고 UNV 청년봉사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외교부 국제기구 인사센터)


우선 인턴십의 경우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에서 채용하는 인턴과 유사합니다. 해당 기구에서 직접 공고를 하여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선발을 하며, 최초의 직장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인 만큼 직장 경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국제기구 인턴십이 무급으로 진행된다는 것인데요. 2015년에는 한 뉴질랜드 청년이 스위스 제네바의 UN 기구에서 인턴을 하다 제네바의 높은 물가로 돈이 부족해지자 호숫가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UN이 인턴들을 무급으로 부려 먹는다는 웃지 못할 현실이 폭로된 사건이었죠. 다행히 한국 정부나 지자체에서 여러 형태의 국제기구 인턴십을 지원해주고 있으니, 국제기구 인턴십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미리 정보를 알아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다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UN에 입문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JPO라는 제도입니다. JPO는 Junior Professional Officer(초급전문가)의 줄임말로 한국 정부에서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선발하여 희망하는 UN 기구에 1~2년간 파견하는 형태(P1/P2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파견에 소요되는 비용 전체를 한국 정부에서 부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파견 종료 후 UN 기관이 이들을 직접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이 같은 형식을 이용해 자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UNDP 캄보디아사무소에서 일할 당시 저희 팀에도 일본인 JPO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참고로 몇몇 관리직(외국인)을 제외나머지 동료들은 대부분 NOB나 NOA, 혹은 일반 행정직(G)으로 일하는 캄보디아인이었습니다.


JPO 선발은 만 32세까지만 지원이 가능하고, 매년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선발합니다. 현재 약 25명 정도의 한국인이 매년 JPO 제도를 통해 UN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JPO 선발과정 (출처: 외교부 국제기구 인사센터)


YPP는 Young Professionals Programme의 약자로 UN에서 직접 선발하는 초급전문가의 입직 경로입니다. JPO와 마찬가지로 만 32세까지만 지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UN의 필요와 수요에 따라 선발하는 분야나 지원가능 국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가 없을 수도 있고 한국인 지원자를 선발하지 않는 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험을 통과하면 역시 P1/P2 수준으로 최초 1~2년간 UN과 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YPP는 세계인이 경쟁을 하고 인터뷰에 앞서 온라인으로 에세이 테스트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JPO보다는 경쟁률도 치열하고 상대적으로 힘든 경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참고로 UN 이외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같은 기구에서 YPP를 선발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선발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UNV 청년봉사단이 있는데요. UNV는 UN Volunteers의 자로 UNDP에서 관할하는 정식 유엔기구입니다. 봉사(Volunteerism)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목표 아래 UNV와 협약을 맺은 여러 UN 관련 기관에 봉사단을 선발하여 파견(1~2년)하며, 파견에 소요되는 경비를 월급이 아니라 소정의 생활 수당(Voluntary Living Allowance) 형태로 지급받는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 청년들이 교육, 개발, 인도주의, 인권, 젠더 등 다양한 분야의 유엔 현장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JPO와 비슷한 형식을 빌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UNV 청년봉사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JPOYPP와 신분/대우 면에서 차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UN 진출을 위한 좋은 창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력직의 경우에는 24년 기준 세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공석 응모로, 지원을 희망하는 각 국제기구의 채용공고를 직접 확인하여 학력, 경력, 역량 등의 측면에서 본인에게 맞는 공석(퇴직 등의 사유로 비게 되는 자리)이 발생할 때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국제기구들은 공석이 발생하면 그 특정한 자리에 맞는 경력과 필요 역량 등을 기술한 채용공고를 게시하는데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단 하나의 자리를 놓고 전 세계인이 지원을 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 정부에서는 UNV 청년봉사단과 함께 전문봉사단(International UN Volunteer)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청년봉사단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하기 때문에, 경력직으로서 보다 수월하게 UN에 진출할 수 있는 경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의 무상원조 총괄기관인 KOICA에서는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크 강화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 글로벌인재 양성 등의 목적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다자협력전문가(KMCO)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다자협력전문가는 KOICA와 파견 *MOU를 체결한 여러 국제기구를 상대로 매년 선발하고 있으며, 국제기구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P2/P3 직급 수준의 대우를 받게 됩니다.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상호양해각서를 뜻하며, 양 당사자가 협력하는 방식을 명확히 정의하고 각 당사자의 기대치와 책임감을 명시하는 문서를 의미합니다.  




사실 국제기구 취업의 꿈을 꼭 해외에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국제개발협력에 관해 설명을 드리면서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1980년 중반까지 한국이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수원국이었고, 이제는 어엿한 공여국이 되어 관련 예산을 계속해서 증가시키고 있다는 설명을 드렸었는데요. 이와 함께 달라진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2000년 이후 국내에 들어온 국제기구가 많아졌다는 사실인데요. 한국이 수원국을 졸업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철수했던 국제기구들이 다시 돌아온 건,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확대되어 한국 정부와의 협력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1999년 서울사무소 개소 및 2005년 대표부 승격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2001년 한국 연락사무소 개소 및 2006년 대표부 승격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 2005년 연락사무소 개소 및 2011년 정식 사무소 승격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 UNDP의 6개 글로벌 정책 센터 중 하나로 2011년 1월 개소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 2013년 개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력연락사무소: 2019년 개소 


같은 기간 한국에 진출한 국제 비정부기구(International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린피스(Greenpeace) 서울사무소: 2011년 개소

국경없는의사회(MSF) 한국사무소: 2012년 설립 

세계자연기금(WWF) 한국사무소: 2014년 개소

옥스팜(Oxfam) 한국사무소: 2014년 설립 


거기다 한국 정부에서 직접 유치하거나 설립한 국제기구도 여럿이니 국내에서 국제기구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IVI):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로 백신을 개발하여 저개발 국가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1997년 설립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 한국 정부 주도로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6월 서울에 설립된 국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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