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그럼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외국어 능력입니다. 국제기구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는 곳인 만큼 의사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UN은 아랍어(Arabic), 중국어(Chinese), 영어(English), 프랑스어(French), 러시아어(Russian), 스페인어(Spanish)를 정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영어입니다. 각 기구에서 사용하는 공식언어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가령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만큼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합니다. 이메일을 포함 모든 문서를 영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로 작성할 정도죠. 중남미에 위치한 국제기구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중동지역에 위치한 국제기구에서는 영어와 아랍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지원을 희망하는 국제기구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요구되는 공식언어가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영어는 어디서든 빠지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분이시라면 무엇보다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하나 정도의 제2 외국어를 추가로 공부하시면 좋은데요. 한국에 위치한 국제기구에 지원하는 것처럼 영어만 잘해도 지원할 수 있는 국제기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영어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시다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영어로 둘러쌓인 환경에 놓이면 영어를 잘하게 됩니다. 외국어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건 환경이거든요. 대학생이 되어 어학연수든 교환학생이든 기회를 만드시면 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분이라면 국내에서 청소년 국제교류의 기회를 찾아 꾸준히 도전하시거나, 주구장창 이어폰을 꽂고 듣기 연습을 하셔도 좋습니다. 요즘은 공짜로 1:1 회화 연습이 가능한 chatGPT도 있잖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꺽마! 외국어 공부에 지름길은 없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공부하시는 겁니다. 로버트 파우저란 분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외국에서 살며 40여년 동안 스페인어, 프랑스어, 라틴어와 같은 서양 언어 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일본어까지 마스터한 분인데요. 이 분이 한국어로 써서 출판한 <외국어 학습담>이란 책을 보면 아래와 같은 말이 있습니다.

외국어가 기능이라면 운동을 생각하면 쉽다. 한 번 쌓은 운동 실력을 유지하려면 쉬지 않고 연습해야 한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지속해야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력을 유지하고 싶은 외국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꾸준히 하기 위해서 가급적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면 언어와의 심리적 거리가 한결 가까워지고,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저 또한 국내파로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지만, 이 분이 하신 말씀처럼 마흔이 넘은 지금도 꾸준히 외국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건 전문성입니다. 많은 분들이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려면 특별히 공부해야 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 줄 아는 경우가 많은데요. 앞서 설명드린 UN 시스템만 봐도 아시겠지만, 국제기구는 경영, 경제, 개발, 인권, 환경, 기후변화, 해양 생태계, 교육, 보건, 의료, 무역, 법, 건축, IT, 항공, 기상 등 정말 다양한 분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히 공부해야 할 분야가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분이라면 본인의 관심 분야를 찾아 꾸준히 공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또한 국제기구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대학원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도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대학(원) 졸업 후 희망하는 분야에 맞춰 관련 경력을 쌓으셔야 합니다. 인턴을 통해 경험을 쌓은 후 JPO나 YPP를 통해 바로 UN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다 공석 응모의 형태로 지원을 하게 되는데요.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느냐'입니다. 경력직을 채용하는 만큼 해당 국제기구에서는 '뽑아서 바로 쓸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신다면 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을 하시면서 중간중간 희망하는 국제기구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며 본인의 경력을 만들어 가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해양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관련 공부를 석사까지 하고 먼저 한국 내 연구기관/공기업 등에 취업을 해서 3~5년 정도의 경력을 쌓으신 후 관련 국제기구의 문(공석 응모 및 UNV 전문봉사단 등)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거죠.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일해야 하는 만큼 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 국가나 지역의 경우에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해외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본인의 의지와 열정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UN 직원의 필요 역량 (출처: 외교부 국제기구 인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