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도 좋지만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서 제가 국제기구에 관심을 가지기 된 계기로언급한 '청소년 국제교류'인데요. '청소년 국제교류'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그중에서도 청소년 여러분이 '특히' 관심을 가지셨으면 하는 프로그램은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시군구나 시도 단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처: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경기도 수원시를 예로 들면,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에서는 매년 초, 중,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원시가 위치한 경기도에서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연수(미국 및 캐나다)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요.이와 같은 지역 단위 프로그램들은 수원시나 경기도 거주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적은 편이라 조금은 수월하게 청소년 국제교류에 입문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생으로 여러 청소년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도 그랬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하는 게 어렵지 일단 합격하고 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여럿 경험해 본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더 많은 시도를 해보게 되고, 한 번의 경험이 다음번 지원하는데 도움이 되는 거죠.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열명 중 여덟 명이 고등학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경쟁교육으로 악명 높은 미국과 중국 학생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인데요. 문제는 대학생이 되어도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스펙(Spec)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스펙은 원래 컴퓨터의 CPU나 메모리 같이 제품의 사양(specification)을 나타내는 말인데요.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취업을 하기 전에 갖추어야 하는, 학점, 토익 점수, 각종 자격증, 해외 연수 및 인턴십 경험 등을 포괄하여 부르는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에 쓰이는 단어를 사람에게 쓰고 있다니 왠지 씁쓸하네요;
대학생들이 스펙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한 듯합니다. 2018년 조사결과이긴 하지만 아래 표를 보면 대학생의 약 90%가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데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제일 큰 미래의 문제는 취업일 테니 스펙을 쌓는 건 어쩌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숙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펙 걱정이랄꺼 없이 정말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청소년 국제교류에 참여하며 국제기구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레 학교에서 국제정치/외교 관련 수업을 찾아 듣게 되었고, 외국 친구들과 교류를 하면 할수록 영어에 대한 관심도 더 커졌습니다.거기다 함께 참여하는 국내 여러 대학의 다양한 전공을 가진 친구들이 큰 자극제가 되기도 했고요. 모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청소년 국제교류를 통해 쌓은 경험들이 모여 저만의 스토리가 되어주었으니, 따로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올 필요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어떤 책의 제목처럼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도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합니다.
제게도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때 청소년 적십자 활동을 하며 어느 캠프에선가 만났던 한 말레이시아 친구 이야기인데요. 그 친구 때문인지 저는 대학교에 진학해 교양으로 개설된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수업을 선택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 때문인지 (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저는 문화관광부 청소년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9박 10일간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그곳의 청소년들과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앞서 말씀드린 한아세안, 일본, 중국, 탄자니아로 이어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