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에 답이 있을 거란 생각에 관련 서적을 여럿 찾아 읽고 가족들과 여기저기 답사도 다녀 보았지만, '그럼 정말 내려가서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건가?'라는 데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농사가 아니면 뭘 하지?'란 질문에도 별다른 답을 찾지 못했다.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나름 회사를 바꿔가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고 자부해 왔지만, 다시 스트레스만 받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가뭄의 단비처럼 만난 책, 반농반X의 삶(부제: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다).
시오미 나오키는 반농반X의 개념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반농반X는 '하늘의 뜻에 따르는 지속가능한 작은 생활(소규모 농업)'의 기반 위에서 '타고난 재주(X)'를 세상에 활용하여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고 전파하며 완수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작은 생활이란, 손바닥만 한 시민 농장, 주말농장, 또는 베란다 텃밭이라도 좋으니 그것으로 식량을 자급하는 단순한 생활을 말한다. 그리고 X는 사명으로, 자신의 개성, 특기, 장점, 소임을 살려 사회에 공헌하는 직업을 말한다. 즉 좋아하는 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 돈도 벌어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시골에 내려가지 않고도 자연을 가까이 하며 가슴 설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도 이루지 못했다.
정말 반농반X의 삶은 가능한 것일까?
시골의 작은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도농복합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농업은 내게 딴 세상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내 관심은 줄곧 한국을 넘어 밖을 향해 있었고, 취직한 후에는 주로 국제협력 분야에서 일하며 1년에 적어도 2~3번 해외 출장을 다녔다. 2014년부터 2년 간은 유엔개발계획(UNDP) 캄보디아 사무소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 때문이었다. 유치원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며 신기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고향에 갈 때마다 부모님 텃밭으로 데려갔는데,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했다. 무도 뽑고, 배추도 뽑고, 깻잎도 따고, 감도 따고... 도시에서만 자란 아내도 덩달아 신기해하며 행복해 했다. 실제로 자연을 가까이하며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나니 어찌 내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책 몇 권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방으로 내려갈 필요도 없고 전업농이 될 필요도 없으니 이제는 텃밭을 구해 우리 가족이 먹을 채소는 내가 직접 재배해 보면 어떨까? 그나저나 X는 또 어떻게 찾지? 산 넘어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