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쏭쏭계란탁 Oct 09. 2020

미국서 운전하기 쉽다고?

최후 승자는 자전거

이번 글은 1년 남짓 살면서 나름 총정리해보는 보스턴의 교통수단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길치다. 운동감각을 논하자면 악으로 버티는 오래매달리기를 제외하면 잘 하는 종목이 전무하다. 곧 운전시 필요한 길 찾는 센스, 순발력 등이 제로라고 보면 된다. 애를 낳고 어쩔 수 없이 10년 장롱면허를 벗어나 차를 몰기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대형사고를 내지 않은건 뭐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런 내가 한국이 아닌 미국, 게중에서도 옛길을 가급적 유지코자 하는 뉴잉글랜드 한복판에서 운전을 한다는건 실로 모험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애쉥키들을 매일 실어 날라야 할 사람이 나뿐인걸. 보스턴에 오자마자 중고차를 사서 운전을 시작했다. Line과 Lane의 뜻도 구별 못한 채. (사실 지금도 정확히 구분은 못한다 ㅋ)

중고차 받은 첫날. 앞으로 닥칠 수난들을 모른채 그저 신이 났다.
길 건너는 놈이 상전


이곳은 한국과 신호체계부터 운전습관이 많이 다르다. 좌회전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아 상대편에서 오는 차와 눈짓을 주고 받으며 슬슬 좌회전을 해야 하고 미안해 고마워!란 표현도 우리나라처럼 비상등을 켜는게 아니라 그냥 눈짓과 손짓으로 해결한다. 낮에도 경조등을 키고 다는 차가 많으며 무엇보다 젤 다른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쪽이 ‘길 건너는 놈’이 아닌 ‘차 가진 놈’이란 거다.

여기 법은 운전자와 보행자간 사고시엔 무조건 운전자 잘못이란다(직접 확인해본 건 아님). 고로 보행신호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보인다!!하면 무조건 멈춘다. 보행자 입장에선 땡큐지만 친구랑 수다떨면서 길가에 서있는데 자꾸 차들이 내앞에서 멈춰서는 웃픈 상황도 발생한다. 결국 운전자는 상대차 눈치봐야지, 보행자 눈치봐야지, 드럽게 많은 일방통행(one way)과 공사중이니 꺼져(Road Closure) 신경써야지 매우 고달프다. 아 자전거족 눈치도 봐야지. 사람들이 차를 멈추게 하고 멋대로 다니니 오리들까지 날 멈춰세운다 ㅋ

오리들이 떼를 지어 차도, 인도 할 것 없이 길을 건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누가 미국은 땅덩이가 넓어서 주차가 쉽다했나. 대부분 스트릿 평행주차라 나같은 평행주차포기자에겐 매순간이 도전이다. 왜 늘 내가 평행주차를 하려 하면 차와 차 사이 딱 한자리만 남아있는건지...무턱대고 들어갔다가 터무니없는 각도에 뒤에 기다리고 있는 차가 줄줄이면 또 아무일 없다는 듯, 마치 그 자리에 주차했다 빠져나가는 차인 것처럼 유유히(사실 슬프게) 빠져나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ㅠ 평행주차 포기하고 일반 주차장(Garage)에 대려면 3시간에 25~40불 정도 하는 주차비는 뭐....껌이다. 주차비가 오만원이라니...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스톱사인엔 무조건 멈춰야 한다. 소화전 옆에 주차하면 아묻따 벌금 100불 뽝!

아무도 없는 골목길서도 STOP사인엔 무조건 멈춰야 하고 소화전 가려서 벌금 100불 먹고 주차시간 1분 늦어서 25불짜리 티켓먹는건 다반사. 아 노랑이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고 내릴 때릴때 스탑사인을 펼치면 반대편 차량도 무조건 정지해야 한다. (매우 신기하면서 멋졌다!)

총알도 못뚫는다는 그 스쿨버스. 스탑사인이 펼쳐지면 주변 모든 차들이 멈춰선다.

경찰차는 또 어떤가. 공권력의 남용이 의심될 정도로 사이렌 켜고 달리는 것들이 많은데 홍해를 가르듯 길을 비켜줘야 한다. 이걸 몰랐던 난 굳이 역주행해오는 경찰차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멈췄다 쌍욕을 들어먹기도...더슬픈건 “You should be out of the way!!!!”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경찰 말을 제대로 못알아들어 이 나라에서 나갓!! 이란 말로 알아듣고 인종차별 당했다고 더 서러웠했단거다 ㅋ 내가 왜 말도 안통하는 넘의 나라 까지 와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냐고오오오오오 하면서 말이다.

35불씩이나 받으면서도 현금만 내라는 이곳의 주차실태 ㅋ


뭐 이쯤되니 미국서 운전자로 사는건 한국보다 훨 어렵다. 주차비도 겁나 비싸고. 그럼에도 가끔 생각하는건 사고시 제일 큰 피해를 낼 수 있는 자동차에 가장 적은 힘(?)을 주는 이 나라 법이 어쩌면 제일 합리적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거다. 비록 보행자가 차주 눈 한번 맞추고 암데서나 길을 건널 때 뭐 저런게 다있나 싶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선 보행자가 감히 차 안에 있는 운전자와 눈을 맞추는 일조차 불가능하지 않나. 젤 쎈놈을 향한 책임이 가장 강해야 세상이 잘 돌아갈 수 있다는 뭐 그런 논리랄까. 심각하게 교통규칙을 위반하면 그 자리에서 철컹철컹하는 나라도 바로 이 곳이다.

승자는 자전거
보이는가! 좌회전 차선 맨 앞 당당히 그려져 있는 자전거족들의 자리가!

그런 의미에서 보스턴 교통수단의 승자는 단연코 자전거다. 이곳 자전거는 우리나라처럼 인도와 자전거도로로 나뉘어있는게 아니라 차도를 공유한다. 즉 차량과 같은 길을 쓴다는 거다. 이게 무서워서 처음엔 자전거를 잘 안탔다. 근데 한번 타고나니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보행자 보호와 같은 맥락에서 자전거족 역시 차들이 알아서 피해주고 멈춰주기 때문이다. 좌회전할때도 맨 앞으로 쭐쭐 가서 손만 옆으로 뻗고 젤 먼저 가면 끝. 게다가 나만의 편법이지만 보행신호가 켜질 땐 마치 뚜벅이족마냥 횡단보도로도 갈 수 있다. 즉 박쥐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면서 젤 빨리 갈 수 있다는 말씀.


그래서인지 이 곳에선 아이들이 3~4살 때부터 자전거를 가르친다. 도로에 보면 아주 어린 꼬맹이들을 태우고 자전거로 달리는 부모도 많고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아빠 엄마 뒤따라 스스로 달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학교에서도 자전거 타는 법, 자전거 교통규칙 등을 가르치고 추첨해서 경품으로 자전거를 주기도 한다. 이쯤되면 뭐 자전거의 도시인 셈이다.

보스턴의 공유자전거인 블루바이크.

공유자전거인 #bluebike 는 사방팔방에 있어 주차비 걱정할 일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거치대가 꽉 찼어도 자전거끼리 연결 가능한 끈이 없어 다른 정류소로 이동해야 하는건 단점이다. 공유자전거 사업자도 시티마다, 주마다 다른 것 같던데 나이키의 본고장 포틀랜드에는 공유자전거가 나이키라던데...타보고 싶다.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 수리 도구들

어쨌든 차도를 쓸 수 있고 돈 굳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자전거가 결론적으론 최고라는 생각이다. 자전거길 달리다보면 펼쳐지는 찰스강뷰는 덤이다. 보스턴에 오신다면 자전거 여행을 꼭 할 것을 추천드리는 바이다.

이전 06화 사과하지 않는 미국인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