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번외편]
우리 아들은 어릴 적부터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했어. 저 혼자 공부해서 일등도 하고, 반장도 하고. 머리만 좋았나, 마음씨는 또 얼마나 고왔누. 형편이 어려워 따로 용돈을 준 적도 없는데. 어찌 구했을까, 어버이날이라며 카네이션을 가져왔지 뭐야. 자그마한 손으로 여 가슴팍에 달아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해가 져도 아까워서 떼지를 못하겠더라고. 말라비틀어진 꽃을 얼마나 달고 다녔는지.
그리 영특하고 착한 녀석이 못난 부모 만나서… 나 때문에 고생만 했어. 넉넉한 집에서 컸으면 벌써 성공했을 텐데. 내 탓이야. 다 내 탓이야. 내가 부족해서.
치매로 인해 방금 먹은 끼니조차 까맣게 잊어버리던 노인은, 육신이 아닌 영혼에 각인된 자식의 흔적을 날마다 곱씹었다.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는 병든 소녀처럼. 사업에 실패해 자취를 감춘 아들을, 오늘도 하염없이 기다리며.
image_©Vilhelm Hammershø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