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번외편]
# 1
노인: 썩을 놈, 여기가 어디라고 낯짝을 들이미나!
노인은 쥐고 있던 지팡이로 사정없이 사내를 후려친다. 죽은 자에게 절을 올리려던 남자는 호되게 된서리를 맞는다.
노인: 네도 나가 뒤지라! 이 쓰레기 새끼야!
발광하듯 아들의 멱살을 잡아채는 통에 빈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거품을 물고 나자빠지는 노인을 들어내고서야 어울리는 정적이 찾아든다.
사내는 주인 잃은 삼베 두건을 주워 쓰고 영정 곁에 섰다. 홀로 들어오는 조문객을 맞이했다. 찾아온 사람들 모두가 입으로는 조의를 표하지만 눈으로는 정죄를 쏘아붙인다. 곡소리도 없이 상주 자리를 꿰차고 앉은 아들을 향해. 씨뻘건 육개장만큼 씹을 만한 주홍 글씨.
# 2
이틀이 지나고 화장터로 시신을 냈다. 어미는 금세 가루가 되어 나왔다. 유골함이 담긴 상자를 안고 사내는 고향 집으로 터벅거린다.
겨울비가 퍼붓는다. 계절답지 않게 굵은 빗물이, 계절답게 시린 빗물이 그의 뺨을 격하게 내리친다. 철썩. 철썩.
# 3
십 년 만에 돌아온 단칸방. 예전이나 지금이나 썰렁한 경대 위로 가져온 영정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그 앞에 쭈그려 앉아 떠나간 여자의 얼굴을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한참)
뻐근함이 눈가로 몰려온다. 급히 고개를 쳐들어보지만 금세 콧등까지 시큰해져서는, 젠장.
빌려 입은 양복 품으로 손을 넣는다. 빗물이 뚝뚝 흐르는 소매 끝에 붙들려 나온 국화빵 한 봉지. (이 궂은 날씨에 어디서 구한 게요.) 눅진해진 종이봉투를 쭉 찢어 가르니, 이미 식어 떡처럼 엉겨 붙은 모양새가 참으로 볼만한데. 한 덩이를 떼어 어미에게 권한다.
사내: 드소. 생각나는 게 이것뿐이더만. 어서 드소.
(한참)
하릴없이 제 입으로 가져간다. 꾸역꾸역 잘도 씹는다. 그러다 애써 눌러두었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사내: (목이 메여) 어매 말대로 남들 앞에서 안 울었고, 이래 잘 챙겨 먹는다… 나도 잘해 보려다 그리 된 기다. 미안타. 마이 미안타.
image_©Anne Magill
엄마 청개구리는 마지막 부탁으로
“내가 죽으면 산에 묻지 말고, 저 앞 냇가에 묻어 주려무나.”하고 눈을 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