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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상세하게 항의해야 먹힌다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다. 나 같은 경우도 처음 층간소음 항의를 할 때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잔뜩 흥분해 올라가 ‘시끄럽다’고만 하니 위층이 ‘우리는 안 했다’라고 반박했을 때 할 말이 없었다. 소리는 들리는데 위층도 아래층도 그 정체를 알 수 없으니 서로 답답하고, 위층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에 불쾌함을 느낀다. 위층이 적반하장으로 화내는 상황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위층은 자신들이 소음을 냈어도 그것을 ‘소음’이라 인식하지 못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일상적인 소리기 때문이다. 그저 걸었을 뿐인데 ‘발소리가 시끄럽다’고 아래층이 말한다면 내가 아니라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두 번째는 어떤 소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래층도 정체를 모르는 소리를 위층이 알 수 있나.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인데 시끄럽다고 하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것이다.     


층간소음 항의는 세세할수록 잘 먹힌다. 상대가 잘 알아듣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중 가장 잘 해결되는 게 스마트폰 진동이다. 스마트폰이 진동 상태로 바닥에 있으면 울릴 때 아래층 천장 전체를 흔든다. 이 경험은 당해본 사람만 알 정도로 끔찍한 소음이다. 이에 대해 항의하면 바로 시정이 가능하다. 내가 스마트폰을 바닥에 안 두고 진동으로 안 해 놓으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에 들리는 소음도 마찬가지다. 홈파티, 피아노 소리, 게임 소리 같은 특정 소음은 상대가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소음의 경우 한 번 언급을 하면 다음번에는 들리지 않거나 비교적 소음이 나도 괜찮은 시간대로 이동한다. 상대가 내 소음을 인지할 수 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의 경우 완벽한 해결이 아니더라도 세세한 항의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발소리, 아이들 소리, 문이나 가구 끄는 소리 등의 소음 문제가 해결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위층의 극적인 협조가 없고서야 개선되기 힘든 소음이다. 이런 종류의 소음을 제외하고는 소리가 발생하는 시간대와 소리의 정체를 알고 정확하게 항의를 하면 소음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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