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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May 03. 2018

자기만의 숲을 집 안에

파리지앵 인테리어 06


자기만의 숲을 집 안에


서울 방산시장의 열두 번째 바닥재 가게에서 만난 사장님은 나에게 최신 트렌드라며 역시 갈색 계열의 일반적 데코타일을 추천했다. 나는 사장님의 추천에 미소로 답하며 샘플북의 페이지를 척척 넘겼다. 내 목표는 단 하나. 하얀 설원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자작나뭇결 무늬 타일을 찾는 것이었다. 여러 파리의 인테리어 서적들을 살펴보다가 마음에 저장한 색과 무늬였다.  


점점 기이한 무늬의 페이지들에 이르자 사장님은 나를 뜨내기 손님으로 단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장판을 사러 온 다른 손님을 적극적으로 응대했다. 한결 편안한 마음이 되어 미용실에서 세번 째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처럼 샘플북을 다시 꼼꼼히 살폈다.  


어떤 색, 어떤 나뭇결을 선택할지에 따라 공간의 느낌은 상당히 달라진다. 대체로 색이 어두울 수록 안정감을, 밝을 수록 개방감을 준다



없었다. 집안에 구절리의 자작나무 숲을 옮겨놓고 싶은 로망은 이대로 끝이 나나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가게 뒷편 구석 그늘 속에 웅크리고 있는 우윳빛 데코타일 조각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그 데코타일 조각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구절리에서 오셨나요. 데코타일은 눈물을 훔치며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는 그렇게 운명적으로 조우했다.  


 

강원도 구절리의 자작나무 숲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3-4년이 넘도록 아무도 사가지 않아 창고에 묵혀둔 품종이었다. 덕분에 특별 30% 할인가까지 적용 받아 자작나무 데코타일을 구제해올 수 있었다. 이틀 뒤인 토요일에 맞춰 도착한 데코타일을 안정감을 주는 ‘2단법’으로 한 조각 한 조각 정성스럽게 바닥에 깔았다. 점차 연남동 집은 한양 선비의 집에서 파리지앵의 집으로 바뀌어 갔다. 벽과 바닥, 두 바탕을 바꾸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잘못된 집을 계약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파리지앵 인테리어는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었다.  


 

연남동 집 데코타일 시공 모습. 사실, 장판 아래가 저렇게 깨끗한 집은 흔치 않다





weekly interior point | 도전! 데코타일 시공 


 


데코타일 바닥재를 까는 일은 테트리스의 1라운드를 클리어하는 것만큼 쉽다. 정해진 면적에 타일을 차곡차곡 끼워 맞춰 내려놓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일이라고 해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항들은 있기 마련. 오늘은 데코타일 시공을 할 때의 주요 고려사항을 각 분야별로 점검해보겠다.  

 


A. 접착제 사용 유무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데코타일을 바닥면에 접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연히 접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분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파주 집과 연남동 집 모두 접착을 하지 않은 채 도합 7년 정도를 생활했지만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 겨울에 데코타일이 수축하며 타일간 이격이 일어나는 것은, 접착 시공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발생함. 


오히려 접착을 할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접착제의 유독성 문제다. 접착을 통한 시공을 할 경우에는 시공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건강에 유의해야 하며, 시공 후에도 며칠 간 충분히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전월세 집의 경우 접착 형태의 시공을 했을 경우, 나중에 집을 옮기며 원상복귀 요구를 받았을 때 곤란해진다. 접착을 하지 않았을 경우라면 간편하게 데코타일 조각을 수거해 옮겨갈 집에 재사용할 수 있으나, 접착을 했다면 돌이키기가 어렵다.  


접착을 하지 않을 경우라면 바닥에 깔려 있는 장판을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얹혀놓아도 좋으니 간편하기도 하고, 장판 아래 어둠의 세상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도 점차 유행하기 시작한 헤링본 스타일 바닥


B. 시공법  


데코타일을 나란하게 앞으로 앞으로 쭉 배열해 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을 다 만나고 올 수는 있겠지만 만족스러운 바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인테리어 사진들에서 익히 보아온 바닥을 얻기 위해서는 데코타일 각 조각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해야 한다. 아래에 기본적인 세 가지 배열법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2단 :  가장 간편하고 보기에도 안정감을 주는 배치. 공간에 아늑함을 중시하는 분께 추천. 


기본 조각과 1/2 조각을 준비해 첫 번째 열만 교차해서 배열. 다음 열부터는 기본 조각을 착착 놓으면 된다

 

3단 :  2단보다 조금 더 까다롭지만 공간에 역동감과 개성을 부여해주는 배치.  


기본 조각, 1/2 조각, 1/4 조각을 준비해 역시 첫째 열만 기본-1/2-1/4 순서로 교차해 배열. 다음 열부터는 2단형과 같이 기본 조각을 착착 놓는다


 

물고기뼈(헤링본) : 상당한 집중력과 세심함을 요하는 배치. 고급스럽지만 아늑함은 다소 감소. 헤링본 스타일을 시도하려면 기본형보다 폭이 좁은 데코타일을 선택하는 쪽이 시공 후 보기에 더 좋다. 


다만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 이 칼럼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HAGO와 함께 합니다.

새로운 칼럼은 매주 금요일마다 HAGO Journal 란에 선공개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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