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날씨 탓

사랑 끝, 라이딩 시작 3

by 장명진

업무상 목적이 뚜렷한 글을 2년 가까이 썼다. 그래서인지 글마다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는 버릇이 생겼다. 전기자전거 ‘커피’를 타고 라이딩을 하면 가벼운 페달링에도 자전거가 쑥쑥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 경쾌한 기분이 참 좋다. 글을 쓸 때도 반만 힘을 주고, 반은 그날의 날씨에 맡겨야 한다.


성실하게 전력을 다하면 결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성실과 노력은 결과를 만드는 수십 가지 원인 중의 하나일 뿐임을 이제는 안다. 성실하되 나를 완전히 소모하지 않는 정도의 경쾌한 페달링이 필요하다. 그러면 나머지는 인생의 여러 요소들이 깃들어 삶을 이끌어 줄 것이다.


얼마 전, 커피를 접어서 지하철을 타봤다. 서울역에 내린 다음, 다시 커피를 타고 4대문 안을 한 바퀴 돌았다. 3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지난 20년간 보지 못했던 서울의 풍경들을 많이 만났다.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 적절한 성실함, 나머지는 삶에 내맡길 수 있는 품을 갖고 늘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나의 글이 그런 내 삶을 닮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은 좀 덜 고민하고 썼다. 날씨가 좋았다.


2022. 5. 15. 멀고느린구름.




자전거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고생했지만 서울로에 도착하자 모든 게 괜찮아졌다


숭례문을 지나 남산 고개를 넘어 접어든 골목길에는 내 유년의 서울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여행자의 길 위에선 익숙한 것들도 새롭게 만난다


4대문 라이딩이 즐거웠던 건 절반은 날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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