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부터는 가을철 꽃가루의 시기입니다. 해가 갈수록 우리나라의 여름이 길어지다 보니 꽃가루 시기도 늦춰지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곧 시작될 것입니다. 당장 지난주부터도 콧물이 심해져서 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직 더운데도 추운 날씨인 것처럼 콧물을 흘리면서 병원에 옵니다. 가을철 꽃가루는 보통 '풀'에서부터 나옵니다. 풀이라고 하니 너무 성의가 없는 느낌인데, 조금 더 의학적인 단어로는 '잡초 화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잡초는 정원이나 화단을 정리할 때 뽑는 정도의 작은 크기가 아닙니다. 훨씬 키가 크고 군집을 이루어 분포하는 무시무시한(?) 풀입니다. 주요 잡초 화분에 대해 알아봅니다.
국화과, 돼지풀속에 속하며 전 세계적으로 50여 종, 국내에서는 돼지풀(Ambrosia artemissifolia)이라는 종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낮은 지대의 길가나 도심 주변의 하천가에 흔히 분포합니다. 이름은 물론이고 사진을 봐도 많이 생소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길가에 아무리 많아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국화과, 쑥속에 속하며 실제 종류는 200~300여 종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는 쑥(Artemisia princeps)이며, 알레르기 항원을 말할 때 쓰는 'mugwort'는 유럽과 미국에 주로 분포하는 Artemisia vulgaris(common mugwort)를 말합니다. 이상한(?) 학술명으로 말했지만 우리가 먹는 그 '쑥'이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쑥이 골칫거리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그저 좋은 먹거리입니다. 그렇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잡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가을철 알레르기 항원 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잡초입니다. 국내 전역에 분포하고 주로 하천가에 덩굴로 자라며, 번식력이 매우 강한 생태 교란 식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알레르기 항원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경험하기로는 돼지풀과 쑥은 알레르기 감작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specific IgE, class 1~6, 높을수록 높은 감작)가 class 4 이상으로 높은 경우가 생각보다 없으나 환삼덩굴은 흔하게 class 4 이상의 높은 감작을 보입니다. 8월 말부터 어김없이 극심한 알레르기 증상(눈, 코)이 시작된다면 반드시 환삼덩굴 알레르기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위의 세 가지가 대표적인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잡초입니다. 사실 잡초 모양을 알고 구분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잡초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이로부터 나오는 꽃가루가 대기에 고루 날리기 때문입니다. 알아도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이죠.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면 검사를 받아 확인하는 것이 좋겠고, 8월부터 미리 예방 차원으로 병원에 방문하거나 유일한 완치 목적의 치료인 항원특이 면역치료(Allergen specific immunotherapy)를 받는 것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단, 환삼덩굴의 면역치료는 아직 불가능합니다. 미리부터 진료를 받고 경구약과 주사를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치료의 전부입니다. 혹은 피하거나요. 사진만 봐도 징글징글하게 모여서 많은 이들을 괴롭히려고 기다리고 있는 듯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