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호캉스
한 여름 더위가 지나가는 입추에 호텔을 예약했다.
누군가와 함께 할 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혼자 하는 호캉스를 선택했다.
그냥 고립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혼자는 외롭고 심심하지만 계획 없이 일정을 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자동화보다는 수동형의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에는 명동이나 홍대에서 호캉스를 했는데, 주로 쇼핑과 맛집 투어가 목적이었다.
근데 혼자 하는 호캉스에 맛집 투어는 어려워 최근에는 마곡동에서 호캉스를 한다. 일행이 있어서 맛집 투어나 수영장을 즐기진 않지만 그런대로 고립된 시간을 보내기에 동네 호텔이 꽤 가성비가 있다.
김포공항이 가까이 있어서 공항 가기 전에 들린 가족도 있고,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오는 커플도 있었다.
호텔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것 같아 늘 흥미롭다.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일시적 환경 변화는 꼭 필요한 것 같다.
잠자리가 바뀌거나, 창밖 풍경이 바뀐다거나, 식사 장소가 바뀌는 것 같은
일상적으로 매일 보는 풍경과 장소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클리셔가 되는 것 같다.
생각이 바뀌거나 조금 확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루 잠깐 혼자였지만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1박 2일 혼자 호텔에 있는 동안 논알코올 맥주 4캔을 비우고 달달한 젤리와 과자를 안주 삼았다.
창밖 풍경이 좋았고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가 좋았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없어서 더 좋았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마치 뚜껑처럼 보여서 재미있었고, 술에 취하지 않았지만 취한 듯 기분이 들떠 좋았다.
생각해 보니 정말 오랜만에 혼자였다.
다음 여행은... 12월이 될지 아님 1년 뒤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호텔을 예약하는 날이 여행일이 되겠지
여행은 늘 느닷없이 가고, 빚내서 가는 거라 예상을 할 수 없지만
어느 때 어디를 가던지 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