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새로 이사 온 동네 주민은 흙이 있는 마당을 놀리는 게 아쉽다며 마당에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우리 집 마당은 좁디좁고 흙도 풍족하진 않지만 목련나무와 벚꽃나무가 있어 봄이 되면 마당 한가득 꽃잎이 뒹굴거린다. 우리 가족은 마당을 잘 정리하고 가꿀 만큼 부지런하지 못해서 흙이 주는 고마움을 봄 한철 벚꽃과 목련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에 풀 같은 것이 뾰족하게 솟아났다. 난 그저 잡초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 잡초가 꽃봉오리를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잡초가 성장하면 꽃도 피나 보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도 꽃대가 튼실해지고 꽃봉오리가 여러 개 피어나서 사진을 찍어 검색해 보니 민들레과 식물이었다.
사무실 동료에게 이 말을 하니 박장대소하며 어쩜 그렇게 식물에 문외환 일 수 있냐며 나의 무식함에 숨이 넘어갈 듯 웃어버렸다. 잡초와 민들레를 구분 못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사실 우리 집 마당 흙에 대한 기억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어릴 적 집에서 금붕어와 청거북이를 키운 적이 있는데, 얼마가지 않아 한두 마리씩 죽어갔다. 오래 정들었던 녀석들인데 쓰레기통에 버리기는 싫어서 마당 흙에 묻어주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개미 때들이 몰려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부터는 마당 흙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근데 동네 이사 온 주민의 흙을 놀리기 아쉽다며 봉숭아꽃도 심고, 여러 씨앗을 심으면서 우리 집 마당은 다시금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봄 한철만 화려한 게 아니라 여름에도 화사하고 풍요로운 모습을 유지하게 됐다. 누구도 하지 않은 결심을 해주신 주민에게 너무 감사하다. 매년 마당에 예쁜 꽃을 심어주시고 덕분에 출퇴근길 눈과 마음이 호강하게 됐다.
나도 이제 용기를 내어 마당을 정리하고 꾸며 볼 생각인데 뭐부터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뭐든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