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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리 Dec 27. 2021

코로나 리미티드 택시

서울로 갈까요 도쿄로 갈까요

여기, 코로나라서 탈 수 있었던 택시가 있다.

택시 할증도 풀리는 시간, 야심한 시각 새벽 4시 44분. 야근을 간신히 끝내고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기사님 목소리는 갓 출근한 사람처럼 개운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운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셨다고 한다. 전 이제 퇴근입니다만, 아직 어제에 살고 있네요.


잠 시간을 한참 놓치니 오히려 정신이 말똥 해지는 것 같았다. 시트에 등을 깊숙이 기대는데, 택시 내부가 조금 달랐다. 운전석과 손님석 사이에는 견고한 투명 칸막이가 있었다.


나: 기사님 칸막이가 든든하네요. 일본 택시 같아요. 직접 설치하신 거예요?

기사님: 네. 택시기사들이 위험합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손님이 어떤 사람이 탈지 모르니까요.

나: 그러게요. 안전 생각하면 설치하는 게 당연하네요. 버스처럼요.

기사님: 기사들 사비로 설치합니다. 지금은 나라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줍니다. 얼마 전에 결정 났어요.

나: 더 빨리 됐어야 했는데, 그래도 다행이네요.


기사님의 말투가 묘하게 정갈했다.



기사님: 사실 이 택시가 코로나 전에는 인터내셔널 택시였습니다.

나: 인터내셔널 택시요? 일반 택시랑 다른가요?

기사님: 인천공항 있지요? 외국인이 입국하면 이 택시로 호텔 픽업해주고, 요청하면 투어도 합니다. 원래 외국인 예약만 받는 택시예요.

나: 우와 코로나 아니었으면 저는 못 타는 택시였네요.

기사님: 그렇죠. 서울에 몇 대 없습니다.

나: 근데 택시로 투어 하면 기사님이 안내도 하세요? 영어로 하시나요?

기사님: 영어도 하고 중국어도 하고 일본어도 합니다. 인터내셔널 택시기사 자격 얻으려면 외국어 시험도 쳐야 합니다.

나: 오 완전 고급인력이신데요!


기사님은 갓 입국한 일본인 손님을 태운 것처럼 즐거운 목소리의 일본어로 길을 안내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외국인 손님이 없어서 오늘처럼 일반 택시로 전환해서 운행하신다고 했다. 요즘은 국제학교에 다니는 중학생들이 등굣길 스쿨버스로 예약해 운행 중이셨다.


몽롱해서인지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택시 타기 전만 해도 집에 가서 빨리 자고 싶었는데 한 바퀴 더 돌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집에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오늘도 안전 운전하세요! 네~ 편안한 밤 되십시오!

탁- 택시 문을 닫았다. 출퇴근 바통터치.





뻔뻔한 질문 #17. 코로나가 지나간 자리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몰랐을 사실, 못 만났을 사람을 발견한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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